Matrix
A surrounding substance within which something else originates, develops, or is contained
바탕 어떤 물체의 주위를 둘러싸는 주변 물질. 물체는 주변 물질 안에서 나서 발전하고 속하게 된다.
Matrix가 연출하는 분위기는 먼저 바탕이 되는 소수 종이 생물량(Biomass 일정한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의 유기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안에 많은 다른 종들이 적은 수량으로 - 하지만 시각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 흩어져 있는 자연서식처의 모습이다.
8월의 뉴욕 하이라인, 길게 뻗은 산책로를 따라 새풀이 바탕을 이루고 노란색 잔털루드베키아가 반복적으로 식재되어 있다. 반자연서식처아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좋은 바탕식물은 소프트한 칼라에 형태도 튀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요란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데 효과적이어야 하는데 (그래서 흙이 보이는 바닥을 가릴 수 있는) 기능적으로는 지피식물(Ground Cover)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바탕이라는 큰 그릇 안에 담겨있는 다수의 많은 종들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 바이오매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항상 보기 좋아야 하고 절정기가 지난 뒤에도 좋은 구조가 유지되어야 하며 쓰러진다거나 볼품없는 흙투성이의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수명이 길고 대개 상록성이며 스트레스에 잘 견디고 회복력이 뛰어나야 하며, 한정된 종류의 식물을 쓰기 때문에 오랫동안 한 공간을 계속 점유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정적인 식물이 필요하다.
몰리니아 세룰레아로 단순하게 바탕식재를 구성하고 그 안에 장구채산마늘과 수명은 짧지만 자연발아를 잘하는 디기탈리스 페루기네아가 어우러진 7월의 모습
1. 새풀은 바탕식재에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식물이며 특히 줄기가 다발로 모여나는 새풀이나 서서히 촘촘한 무더기를 이루는 식물이 제격이다.
2. 새풀의 생태적 특성, 시각적 특성이 비슷해서 바탕식물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사초속(Carex), 꿩의밥속(Luzula), 맥문동, 맥문아재비속이 있다. 이들은 새풀같은 식물 (Grass-like Plants)로 알려져 있다.
3. 이 외에도 휴케라속, 텔리마속, 삼지구엽초속 품종이나 숲에서 자라는 범의귀속도 있다. 무더기를 이루며 자라고 주로 잎을 보기 위해 키우는 식물이다.
4. 흥미롭게도 시베리아 붓꽃도 작은 규모로 바탕식재를 할 때 쓸 수 있다. 개화기가 아주 짧기 때문에 가느다란 띠 모양 잎이 새풀과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한다. 아울러 늘 단정해 보이고 아주 오래 살며 씨송이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잎이 느리게 썩고 촘촘한 이엉처럼 남아 경쟁자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눌러 버리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그에 견줄 만큼 튼튼한 식물을 함께 심거나 유지관리 계획을 세울 때 남은 잎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5. 늦게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풀도 바탕식재에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큰꿩의비름, 자주꿩의비름와 같은 세둠속, 넓은잎스타티스 Limonium platyphyllum, 지중해에린지움 Eryngium bourgatii 같은 일부 에링기움속 식물은 아주 수명이 길고 건조에 강하며 늘 단정한 모습을 유지한다. 단, 같은 속 식물이라도 품종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6. 줄기가 모여나는 여러 총생형 새풀 Cespitose grasses, 시베라아 붓꽃과 텔리마속처럼 작게 무더기를 이루는 식물들은 느리게 번지지만 알맞은 조건에서는 오랫동안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이 있다.
7. 키가 작고 뿌리줄기가 자라서 땅바닥을 덮거나 공간을 채우는 데 효과적인 종들도 바탕식물로 좋다. 이런 식물을 새풀이 잘 자라지 못하는 그늘이나 반그늘에 더 알맞다. 공작고사리처럼 키가 작고 잘 번지는 일부 고사리류나 플록스 스톨로니페라가 좋은 예다.
세슬레리아 아우툼날리스가 바탕을 이루고 그 안에 배초향과 에키나세아, 뒤에 버지니아 냉초가 보인다. 새풀 세슬레리아는 지나치게 번지지 않으면서 매트처럼 촘촘하게 자라기 때문에 잡초가 들어서지 못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화단 앞쪽에 심으면 연둣빛 잎이 다른 식물들의 꽃 색깔을 돋보이게 해 준다.
디자이너는 바탕 개념을 단순하게 적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 종류의 식물조합만이 무작위로 넓게 펼쳐지고 그 안에 다른 식물들은 더 적은 갯수로 더 할 것이다. 개인정원이나 규모가 작은 공간에서는 균일한 무언가를 뜻하는 바탕의 개념이 중요하다. 바탕이라는 개념이 부분적으로 단순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의 모습은 그것과 다르다. 실재 초원지대는 정말 복잡하게 식물들이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새풀과 여러해살이풀이 균일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복잡한 패턴과 거듭되는 변화를 볼 수 있다
9월 말 뉴욕 하이라인, 칼라마그로스티스 브라키트리카가 바탕을 이루고 그 안에 터리톱풀의 씨송이와 노란색 솔잎금계국이 약간의 색채와 전체적인 선명도를 더한다.
대규모 조경식재의 경우 흥미롭고 자연스러운 효과를 내려면 넓은 지역에 동일한 종으로 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여러 바탕식물로 전이효과를 주면 하나의 종에서 다른 종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특성과 비슷하게 연출할 수 있다. 또한 규모가 큰 블록에서도 여러 종류의 바탕식물을 쓸 수 있는데 그럴 경우 한 패턴이 다른 패턴과 겹쳐진다고 인식하게 된다. 기본 바탕은 변화하지만 식재 전반에 작은 무더기나 개체로 흩어져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들이 바탕 그룹들을 이어 주면서 또 다른 패턴을 이루게 될 것이다.
참고: Planting: A New Perspective by Piet Oudolf & Noel Kingsbury, 식재디자인 새로운 정원을 꿈꾸며 (옮긴이 오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