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토피어리나 기하학적인 모양의 주목 생울타리(Clipped Yew Hedge)와 자연발아하는 여러해살이풀과의 조합은 여전히 창조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요즘은 나무를 비대칭으로 다듬거나 관상용 새풀*을 블록으로 심는 새로운 형태의 정형성이 대칭으로 다듬는 전통적인 정형성보다 더 내추럴한 기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영국 미술공예운동의 대표정원인 Great Dixter House and Gardens의 주목 생울타리 (질서, Order)와 여러해살이풀(무질서, Disorder)의 대조적인 모습
울산태화강국가정원의 억새(Miscanthus sinensis) 군락(Mass Planting)
블록심기 소재로 유용한 새풀은 비교적 오랜 시즌동안 감상이 가능하고 환경적응력이 좋으며 수명이 길고 형태의 심플함이 돋보여 규모가 큰 공간을 단순하게 연출해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자 할 때 아주 유용하다. 생울타리처럼 연중 일관된 무게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아우돌프 식재 스타일의 인기와 더불어 아래와 같은 장점으로 수요가 많고 그래서 시장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고 한다.
1. 새풀을 심플하게 매스로 식재(mass planting)하여 복잡하고 다채로운 여러해살이풀 식재와 흥미로운 대비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2. 전통적인 주목 생울타리의 대안으로 새풀은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 여러해살이풀들의 구조나 뼈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늘새풀 '칼 푀르스터' Caiamagrostis x acutiflora 'Karl Foerster'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긴 시즌동안 즐길 수 있고 굳은 날씨에도 잘 견디며 곧게 자라기 때문에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식재나 Neo-formal(새로운 정형) 소재로서 구조나 뼈대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또한, 초지(Meadow)와 프레리(Prairie)는 전통적으로 정원의 구성요소(Feature)로는 무시되어 왔지만 최근 이들의 미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신세대 정원사나 디자이너들에게 은은하게 분사되는 듯한 초지의 뷰티가 재조명되고 있어 구조/뼈대/배경이 되는 새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 위의 이미지에 있는 그레잇 딕스터 가든의 생울타리를 새풀 단일종 블록심기로 대체한다면 디자인 맥락에서 어떨까? 한번 생각해 보자. 마지막으로 정형적인 구조적 요소와 자연스러운 새풀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구조식재의 두가지 접근법을 한번에 보여주는 데 1. 기하학적으로 전정한 기둥모양의 버들잎배나무 '펜듈라'를 포멀(Formal)하게 배치 2. 바늘새풀 '칼 푀르스트'를 랜덤하게 흩어심는 것
*새풀 (Grass) : 엄밀히 말하면 벼과식물을 가리키지만, 일반적으로 벼과 식물처럼 잎이 좁고 긴 사초과, 골풀과 식물 등도 포함해서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좁은 의미의 Grass (새, 벼과 식물) + 넓은 의미의 Grass (새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풀 종류)를 합쳐서 새풀이라고 지칭한다.
출처: Planting: A New Perspective by Piet Oudolf & Noel Kingsbury, 식재디자인 새로운 정원을 꿈꾸며 (옮긴이 오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