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여름의 열기와 노동으로 지쳐가는 8월 초, 블러깅을 위한 사진을 모아 저장해 두곤 It's been keeping delaying for almost a month 그리고 오늘은 8월 27일 토요일 4:27pm.
7월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당연히 온실 식물들이 나처럼 더위에 지쳐 늘어지지 않게 부지런히 정기적으로 물을 주는 일이다. 에어콘 바람으로 가끔은 춥기까지한 사무실 문을 열고 온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일은 마치 벽난로 속에 뛰어드는 심정이지만, 식물뿐만 아니라 바짝 타오르는 땅에도 차가운 물을 찰박찰박 스플래쉬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알기에 뱀처럼 긴 호스를 끌어당겨 애써 본다. 이 더위를 잠시라도 식혀줄 비가 내려주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리고 바람이 불지 않아 온실 내 정체되어 있는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서큘레이터를 틀어둔다. 식물은 빛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당분으로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활발하게 생육활동을 하는데 만약 실내 공기가 정체되어 있으면 이산화탄소 흡수가 감소되고 이는 식물의 활동이 줄어들게 되니 뿌리로 흡수하는 수분의 양도 줄어들어 흙에 과습이 오기 쉽기 때문에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도 식물들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라는 사실!
7월 수목원 정원에서 식물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여름을 나고 있다. 먼저,
해당화 rosa rogusa: 해당화는 바닷가에서 피는 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열매 rose hip가 서서히 붉게 익어가고 있는 모습
나무 고사리 Dicksonia antarctica: 친구 인스타에 올려진 나무고사리 숲에서 조깅을 하는 멋진 사진을 보고 나도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이내 열대온실 안의 나무고사리가 떠올랐다 (오른쪽 사진). 경기 북부는 겨울이 너무 추우니 온실에 있어야겠지만, 제주도나 부산에선 야외에서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국에서는 월동이 가능하여 정원소재로 멋지게 사용되고 있다 (왼쪽 사진).
섬괴불나무 lonicera insularis 열매 (7월, 왼쪽 & 가운데) vs 길마가지나무lonicera harae makino 하트모양의 열매 (5월, 오른쪽)
모나르다 (베르가못): 다양한 야생벌과 나비를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꽃으로 잎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 꽃은 오랫동안 풍성하게 나지만 흰곰팡이(mildew)에 약하다 (오른쪽 사진). 꽃차례 아래쪽의 포엽(bracts)은 이 식물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가운데 사진)
좀목형 Vitex negundo (common name: chaste tree) : 낙엽활엽관목의 아름다운 pale purple 꽃, 한날 점심 먹고 산책을 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수형의 좀목형.
tiny, fragrant, bluish-lavender flowers late summer blooming
부추 Allium tuberosum: 옆을 지나갈 때 마다 싱글러운 부추향이 물씬. 화이트 가든에 어울릴 듯한 소재
섬백리향Thymus quinquecostatus: 지피소재로 유용할 거 같은 섬백리향. 햇빛이 잘 드는 경사지나 바위틈에서 자란다. 양지나 음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며 평지에서도 강한 번식력이 있어 옆으로 퍼져 나가는 속도가 빠르다.
마지막으로 7월은 찌는 듯한 더위에 연신 땀을 훔치며 팀원들과 함께 수목원 뜰정원을 리뉴얼한 흥미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뒤엉킨 관목으로 답답했던 수생식물원으로의 비스타 vista를 열어주니 바람과 햇살이 그 길에 함께 해 주었고, 개화기간이 길고 지지대가 필요없는 버들마편초과 사초 파니쿰, 10월까지 피고 지는 수국 앤드리스 썸머도 함께 오고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그리고 이 모든 노동과 수고를 축하하기 위해 팀원들과 다녀온 속초 여행:
cityscape
동해바다
7월은 이렇게 서서히 지쳐가며 8월을 맞이하고 있었고 8월은 아니다 다를까 예상대로 또 다른 종류의 더위를 선사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더위로 찬란했던 8월의 기록이 곧 포스팅 됩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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