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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리텀의 8월_Making memory under the sizzling summer

최종 수정일: 2월 26일

9월이 시작되면서 한낮 기온은 25도를 맴돌고 더할나위 없이 서늘한 바람과 아침저녁으로 피부를 기분좋게 자극하는 청량한 공기까지 이 모든 것이 맘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지겨웠던 8월의 더위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던 몇번의 태풍을 지나고 나니 어느덧 추석 보름달을 보는 날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8월의 즐거웠던 웃음, 힘들었던 노동과 땀이 모두 찰나였고 더없이 높은 하늘의 가을을 맞이하기 위한 스텝임을 알게되니 그토록 따가웠던 8월의 시간은 무던히도 살아냈어야 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나도 식물도 동물도 녹아버릴 듯 지쳐갔지만, 그 지글거리는 태양과 함께 우리는 많은 추억을 남겼다.


미션 파서블: 생물다양성탐사대작전 Bioblitz 바이오 블리츠 

지구를 쉐어링하는 다양한 living creatures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의 모습은 낯설지만 반갑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트렌디한 토픽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고 그래서 식물에서부터 곤충, 지의류, 새, 버섯, 거미로 이어지는 궁금증을 스텝바이스텝 풀어 나기기에 바이오블리츠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사였다. 아직은 "야생의 위로"라는 책에서 처럼 "이들로부터 느끼는 이 절대적 환희를 병에 담아두었다가 우울증으로 쓰러져 집을 나설 기운이 없을 때 열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출발점에 서 있음이 분명하다.


노란망토를 입은 노랑망태버섯


8월의 식물다양성

정원가들은 8월이면 이미 한해의 전환점에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꽃들은 일찌감치 지기 시작했고 아스터와 국화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잠시 노동을 쉬고 눈이나 붙여볼까 싶지만 수목원은 여전히 매혹적인 식물들로 가득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산형과 식물들 중, 약용식물원에서 발견한 왜당귀! 수많은 레이어들이 레이스 같은 층을 만들어 매우 페미닌한 느낌을 자아내는 식물.


왜당귀 Angelica acutiloba


어제 (2024.2.25) 본 Gardener's World Compilations 에피소드에서 사람만큼이나 키가 큰 여러해살이 풀로 꾸며진

매도우(Meadow)을 거닐면서 호스트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하는 말:


...feel like being dropped into the giant flower meadow. It's got nothing to do with academic colour wheels and what goes with what. It ismuch more poetic & intuitive!


레몬병솔나무 Lemon-scented bottlebrush


레몬병솔나무, 영국 큐 스트리트 (2019년 6월)


사초원 GRASSLAND: 해가 지는 서쪽, 바람의 언덕에 자리한 히든 젬 Hidden Gem

Piet Oudolf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이 글로벌 버즈가 되면서 가장 많이 빛을 발하고 있는 사초과, 벼과식물. 이들을 매스 혹은 최소한의 인터밍글링으로 식재하여 새롭게 단장한 사초정원. 몇 번의 비바람을 무사히 넘기고 8월 말 열대수련 야간전시회에 맞춰 식재되었고 지형을 따라 난 길을 밝혀 줄 조명까지! 사초들이 숙근초들과 식재되었을 때의 경계를 허무는 블러링 blurring 효과, 산울타리 hedge의 새로운 대체재 그리고 매스로 식재했을 때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2개의 타임랩스 카메라를 설치했으니 이들이 무르익을 가을과 살을 에는 듯한 수목원의 겨울을 어떻게 나는 지 지켜보기로 한다.


수크령 '리틀키튼'


Is she a light catcher or light scatter?


8월의 하이라이트: 열대수련 야간 특별전시회 & 반딧불이들의 감찍하고 음란한 조명축제

여름밤! 광릉숲 (빛, 어둠 그리고 생물)이라는 카피로 열대온실 앞 마당에서 빅토리아 수련 (Victoria cruziana & Victoria amazonica)의 개화 모습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특별전시가 기획되었고, 반딧불이 천여마리를 암흑같은 열대온실에 풀어 밤하늘의 별같은 반짝거림을 연출하기도 했다. 반딧불이는 딱정벌레의 한 종류로 짝짓기 철이 되면 반딧불이 암컷은 루시페라제 LUCIFERASE 라는 발광효소로 복부에서 녹색 불빛을 내고, 수컷은 그 작은 불빛 신호를 보고 암컷을 찾아 나선다.


크루지아나 빅토리아 수련 잎(녹색) & 아마존 빅토리아 수련 잎 (붉은색)


빅토리아 수련


광주천 독서실: 건축가 데이비드 애드제이와 소설가 타이에 셀라시가 공동으로 만든 공간 

3년 전 런던, 건축가 데이비드 애드제이의 전시회에서 광주천 독서실 Kwangju River Reading Room 모형을 보고 언젠가 한국에서 볼 기회가 있겠지 했는데 마침 세계조경가대회가 열리는 이곳 광주에서 시간을 내어 두근거리는 마음을 옮겼다.



광주천 제방에 위치한 이 작품은 공원의 풀섶과 징검다리, 그리고 천변 위 인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책이라는 지적 소재와 휴식의 공간을 조화시킨다. 한국의 전통 정자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이 건축물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젊은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작품에서부터 프랑스의 에밀 졸라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인권 주제의 도서 200여권을 소장한 작은 인권도서관이다 (광주폴리)



8월의 더위가 그리울 겨울이 곧 올테니 당분간은 이 드넓은 가을 하늘을 만끽하기로 :) 모두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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