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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 루프탑 가든 그늘 정원 (Shade Garden) 조성: 숲과 그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

최종 수정일: 11월 2일





사실, 그늘정원을 살펴보기 위해서 김봉찬 선생님의 이 책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최근 강서구 명지 낙동강을 대면하고 있는 동향(East-facing), 남서쪽에 자리한 건물, 북쪽이 다소 오픈되어 있는 'ㄴ'자 옥상정원 (겨울의 차고 건조한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경사면 혹은 담이나 나무로 바람차단이 필요할 수 있는)을 대상지로 정원 & 식재 디자인 수업에 참석한 학생분과 공간을 디자인하고 식재 조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이론정립과 확신을 갖기 위함이었다.


이 곳은 분명 숲이 아니다. 오전에 햇빛이 비스듬히 내리쬐고 바다바람이 불어 땅을 건조하게 만들 거 같지만

또한 바닷가라 공중습도도 높은 인공 공간. 이곳을 반음지 Partial Shade라고 분석하고 양치식물과 이끼를 생각했고 그런 조합을 찾던 중 무수한 반문이 들었다. 이곳에 숲과 같은 서식환경과 식생을 조성할 수 있을까?





숲은 그늘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그늘정원의 환경기반이 되는 생태공간이다.


그늘의 종류


1. 음지 Full Shade

  • 직사광선이 하루 3시간 이하로 들어오는 곳으로 아침 해가 들어오는 곳은 그늘정원을 만들기 매우 좋다. 주택 내부에 위치한 중정도 음지에 해당한다.

  • 잎들 사이로 투과되는 낙엽수의 하층부: Dappled Shade (아롱거리는 햇살)가 펼쳐지는 곳, 퍼골라 Pergola를 낙엽수처럼 빛이 걸러 들어오거나 반사되는 장치로 사용 (단, 수목에 따라 수관 밀폐도가 다르고 천장에 따라 햇빛의 세기나 양이 달라질 수 있다)

  • 낙엽활엽수림의 하층부 그늘에서 보게 되는 복주머니란, 변산바람꽃, 얼레지, 노루귀 (이른 봄에 나와 꽃을 피우고 여름철이 되면 생육이 끝난다)와 이들이 휴면하고 난 후의 연속성을 위해서 양치식물이나 비비추속을 함께 식재할 수 있다. 단, 숲처럼 공중습도가 높은 워터프런트이지만 바람으로 인해 여린 꽃들이 윈드브레이크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식재용토: 가볍고 배수력과 보습력이 좋은 부엽토 + 점질이 없는 마사토 혼합, 우드칩이나 바크로 멀칭

  • 음지식물: - 교목: 단풍나무, 서어나무, 참나무류, 사람주나무, 굴거리 등 - 관목: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K.Koch), 노린재나무, 참꽃나무(Rhododendron weyrichii Maxim.), 생강나무, 산수국(그늘진 계곡에서 다수가 군집을 이루고 건조한 바위틈이나 습한 계곡에서도 잘 자란다/국가표준식물목록), 백량금, 산호수 등 - 초본류: 복주머니란, 얼레지, 연영초, 금강애기나리, 바람꽃류, 개병충, 은방울꽃, 족도리풀, 노루귀 등


2. 극음지 Deep Shade

  • 낙엽이 지지 않는 상록수 하부(소나무)로 일년 내내 짙은 그늘을 만드는 곳으로 직광이 거의 없고 주변에서 반사되는 빛도 넉넉하지 못해 일반적인 식물은 생육이 어렵다. 특히 건물이 밀집한 북서측 공간, 데크하부.

  • 극음지식물: 송악속 Hedera, 맥문동속, 양치식물

  • 그나마 양지쪽과 연계되는 그늘의 가장자리: 비비추속, 산수국속

  • 극음지는 전체적으로 색감이 짙고 어둡기 때문에 가급적 밝은 무늬가 있는 품종을 이용


  3. 반음지 Partial Shade, Half Shade

  • 직사광선이 하루 4-5시간 동안 들어오는 곳으로 식물의 식재범위가 가장 넓어 양지식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식물을 식재할 수 있다.

  • 반음지식물: 만병초속, 산수국(Hydrangea serrata (Thunb.) Ser.)속 등 꽃이 좋은 관목류, 복수초, 물가에 자라는 앵초속, 노루오줌속, 터리풀속, 비비추속 등의 호습식물 (Water loving plants)


  4. 하이 쉐이드 High Shade

  • 교목의 가지 아래를 전정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그늘

  • 나무를 군식해 숲정원을 만들었을 때 답답하지 않도록 시야를 열어주고 아침저녁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높여 다양한 식물 식재 가능

  • 하이 쉐이드 식물: 햇빛은 좋아하지만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에 약하고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만병초, 철쭉, 진달래, 나무수국(Hydrangea paniculata Siebold)류 등

  (참고) 양지 Full Sun: 최소 6시간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곳



제주 서영아리 숲

(자공정모 답사, 2023.11.5)


그늘식물의 생태와 경관


키가 큰 교목들이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어 숲은 그늘이 진다. 단풍이 지는 늦가을부터 새순이 나오기 전 이른 봄까지를 제외하면 숲 안으로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시간은 거의 없다. 햇빛은 겹겹이 높인 나뭇잎 사이를 거치면서 점차 옅어지고 순해진다.


식생의 천이*과정에서 음수림은 가장 마지막 단계다. 극상림 또는 원시림으로 불리는 이 숲은 다른 교란으로 계속되는 순환과정을 밝아 나가지만 천이과정 중 가장 안정적인 완성형의 구조를 지닌다.


*천이: 일정지역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식생의 변이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식물이 존재하지 않는 나지대에서 시작해 음수림에서 완성된다. (https://blog.naver.com/kfri9612/222016792595)


음수림의 가장 큰 특징은 과도한 경쟁구도가 아닌 생물들간의 안정적인 공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햇빛과 유기물, 수분을 나누어 쓰고 제 자리 이상의 분량을 탐하지 않으며 이러한 관계맺음으로 인해 규율과 질서가 있어 조화로운 균형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음수림의 특징은 형태적으로도 고스란히 들어나는데 잡목림이나 양수림에서 흔히 나타나는 공격적인 덩굴성 식물이 없다. 그래서 시간과 함께 나무는 일정 굵기 이상으로 커져간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이 유지되고 간격이 주는 여백 안에서 멀고 가까운 곳에서 겹쳐지며 만들어 내는 선의 형상은 깊은 울림이 있다.


또 서로 치열하게 우위를 다투며 비슷한 크기로 성장하는 경쟁적인 모습이 아닌 뚜렷한 식생의 층위 구조(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초본층)를 보인다. 음수림 내부에 들어가면 우리는 다른 시간대의 공간으로 들어온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형용하기 어려운 평온함,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차 있고 오래된 나무는 경외감 같은 것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음수림 내부의 엄중한 질서 즉 생태적 균형 Ecological Balance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숲 내부는 바람의 영향이 적어 공증습도가 높다. 오랜 시간 퇴적된 낙엽과 유기물의 풍성한 부엽토를 형성하고 있어 이끼, 버섯, 양치식물 들이 가득하다. 그늘정원을 만들기 전에 한번은 숲을 찾아가길 바란다. 숲의 생태와 경관을 익히면 그늘정원을 만드는 일이 보다 쉬워진다.


그늘식물의 특징


음수라고 불리는 음지식물은 초기 성장기까지는 음지에서 서식하지만 성목이 된 후에는 대부분 양지에서 자란다 (예. 동백나무). 여기에서는 다 자란 후에도 교목층 아래에 놓이는 초본층과 관목층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1. 잎과 줄기가 부드럽다.

숲속은 강한 바람이 없고 공증습도가 높다. 직사광선도 거의 없고 초식동물에게 공격받는 일도 드물다. 그래서 잎과 줄기는 연약할 만큼 부드럽다. 식물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만약 잎과 줄기가 부드럽다면 강한 바람과 뜨거운 오후 햇빛을 피할 수있는 곳에 식재하기 바란다.


2.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다.

적은 광조건 아래에서도 효율적으로 나누어 쓰는데 적응한 식물이다. 경쟁하며 높게 자라기 위해 무리하게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기 보다 제자리를 고수한다.


3. 근경(땅속 뿌리줄기)이 없거나 짧다.

안정된 숲속 생태에 적응한 음지식물은 뿌리줄기가 필요없다. 형태가 남아 있다고 해도 매우 짧다. (단, 조릿대의 경우 근경이 발달해 음지식생을 장악해 버리므로 독립화단에 단일수종으로 식재하거나 식재지 하부로 시트를 설치해 근경이 뻗어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대나무도 그러하듯이))


4. 비교적 천천히 자라며 여름철까지 크기 변화의 폭이 적다.

맥문동속, 둥글레속 등 봄에 순이 나와 성장한 후 크기의 변화가 거의 없다.


5. 꽃이 피며 성묘가 될 때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반 야생화의 경우 발아에서 개화까지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얼레지, 복수초, 바람꽃, 복주머니란, 연영초 등 음지의 다년생 초본은 최소 4-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6. 털이 거의 없다. 단 앵초 같이 일찍 피는 봄꽃의 경우 식물 전체에 털이 나있기도 하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없어진다.


7. 씨앗은 새나 곤충 등의 동물에 의해 전파된다. 강한 바람이 불지 않는 음수림 내부의 특성으로 새가 먹을 수 있는 과육을 만들거나 붉은 색으로 열매를 물들여 씨앗을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

8. 이끼와 양치식물은 숲속 야생화 (바람꽃, 앵초, 복수초, 얼레지 등)와 더불어 그늘정원의 대표적인 소재다.


9. 음수림의 덩굴식물(담쟁이 덩굴, 송악, 마삭줄, 등수국, 바위수국 등)은 양지성 덩굴식물(칡, 등나무 등, 나무를 고사시키는 경우도 있다)과 좀 다른 방법으로 성장한다. 안정적으로 제어된 환경 속에서 적응한 덩굴식물은 기근으로 나무 줄기에 붙어 자라고 다른 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10. 목본식물의 경우 숲 속 나무들은 상대적으로 공격요소가 없어 수피에 가시가 없고 색이 화려하지 않다. (자작나무, 배롱나무 등 양지성 식물은 진화의 과정에서 초식동물 등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형성된 특징)





제주 애월 곶자왈 숲

자연의 마운딩과 선큰으로 빚어진 빛과 그늘과 그로 인해 형성된 미기후*

(자공정모 답사, 2024.3.10)


*미기후: 미기후(Microclimate)란 지상 1.5m 정도의 높이까지 지표면의 상태나 지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생기는 미세한 기상이나 기후상태를 말한다. 정원에서 언덕을 조성하거나 수로를 조성하는 것 모두 미기후 조성에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미기후를 활용하면 한 정원안에서도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식물과 습한 환경을 선호하는 식물을 함께 식재할 수있다


출처: 자연에서 배우는 정원 (저자: 김봉찬)

Further Reading: Beth Chatto's Shade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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