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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_반복식물과 초콜릿 쿠키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25일


빨간색 초록색 M&M 초콜릿 칩, 꼬깔모양 다크브라운 키세스 초콜릿 칩, 여기에 러프하게 조각난 견과류까지 토핑된 버터 쿠키를 커피와 함께 먹고 난 후, 쿠키 위에 '반복적'으로 하나씩 혹은 어설프게 녹아서 몇개가 덩어리진 초콜릿 칩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 토핑을 추가하기 전의 동그란 덩어리째 쿠키는 심플하긴 하지만 다들 똑같은 모양이라 단조롭고 계속 보고 있으면 지겨워 이내 흥미를 잃게 된다. 이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변화를 주고 싶은데 이 때 사용된 재료가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초콜릿 칩과 너트들이다. 하나씩 혹은 몇 개씩 그룹지어 일정하게 혹은 불규칙적으로 반복해 배치해 본다. 한개 두개를 얹어 나갈 때마다 밋밋한 덩어리들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각자의 개성이 부여되고 이는 곧 이들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토핑이 없을 때는 결국 세 가지 다른 이미지가 아닌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는 반면 각각 다른 토핑들을 얹힘으로서 차별성이 부여되고 개별적인 통일감(Unity)를 자아낼 수 있다. 즉 비로소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3개의 다른 이미지로 보인다는 말이다. 멀리서 봤을 때도 시선을 끌만큼 매력적이고 첫번째 이미지의 브라운 초코칩 일부를 빨간색 혹은 초록색으로 바꾸면 비주얼적으로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이 개념을 가지고 이제 피트 아우돌프의 아래 도면을 살펴보자.

전체도면에서 그늘진 공간의 식재부분을 발췌한 것으로 그늘에 잘 견디는 식물로 이뤄진 블록식재 사이사이에 반복식물이 그려져 있다. 하단에 표기된 반복식물을 살펴보면 비비추, 중국금꿩의다리 '앨범', 깃도깨비부채, 아스테르. 중국금꿩의다리 '앨범' 제외하면 모두 촘촘한 무더기(solid clump-fomer)를 이루며 자란다. 중국금꿩의다리 '앨범'은 키는 크지만(최장 1.4m) 거품같이 몽글몽글 부풀어오른 듯한 작은 꽃송이가 멀리서 보면 잘 두드러지지 않아 작은 그룹을 만들듯이 랜덤하게 흩어심어 임팩트를 준다. 그리고 그늘식물 블록이 물결치는 듯한 곡선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식물그룹들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blur) 해서 더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게 한다.


Thalictrum delavayi (2019년 8월 중순, Great Dixter)


반복식물 선정 체크리스트:

  • 각자 개성이 뚜렷한가?

  • 오랜기간 동안 볼거리가 유지되는가?

  • 성숙기를 지나 사멸에 들어갈 때 너무 표시나게 지저분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럼, 그늘식물 사이에 식재된 반복식물을 위의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 비비추: 봄부터 가을까지 'long season of interest'가 유지된다

  • 중국금꿩의다리: 꽃이 피기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꽃이 작아서 그런 듯). 주위에 식재된 식물들이 뻣뻣하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면 중국금꿩의다리는 Light, Airy, Fluffy한 작은 꽃들이 가늘고 긴 줄기에 매달려 공중 높이 분사되어 있는 느낌이어서 상대적인 투명성(Transparency)에 이내 눈을 빼앗기게 된다.

  • 아스테르: 단정한 반구형이며 꽃이 늦게 핀다 (Tidy Mounds, Late Flowers)


도면은 반복식물이 눈에 더 쉽게 들어온다. 평면도이기 때문에 3d로 어떤 그림이 나올지 가늠하기가 쉽기 않을 수 있지만 각 식물의 생육습성과 최종 사이즈(키와 폭)를 디자인 시 리서치를 통해 파악하여 입체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면 Design Confidence를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 도면의 식재디자인의 특징:


  • 블록식재로 표시된 공간의 사이즈가 다 비슷하다 (어떤 효과가 있을지 생각해 볼 것)

  • 게라니움 프실로스테몬은 쥐손이풀속(Geranium)의 특징인 꽃이 진 뒤에 구조가 빈약해지거나 지저분한 모습으로 변하는 데 그래서 키가 큰 식물들 사이에 심어서 지저분한 모습이 감춰지게 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초여름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활기있는 색감으로 통일감을 주는 데 한 몫을 한다.

  • 개인적으로 발견한 특징 중 하나는 반복식물들이 블록식재 안(within)보다는 블록들이 만나는 포인트에 (경계를 흐물어 뜨릴 수 있으니 즉 blurring) 단독 (특히 아스테르 '진다이', 물론 단독이기 하지만 원형기호가 표시된 spot당 7-9개가 묶어서 식재되어 있음)/두개씩 나란히/3-5개식 그룹지어 자리하고 있다.


도면에 사용된 식물들을 계절별 흥미요소가 위의 표에 나타나 있다. 이를 계절이 아닌 흥미요소를 기준으로 re그룹핑을 해보면,

  • 꽃+잎+구조 세가지 흥미요소를 모두 갖춘 식물 (5): 눈개승마 '호라티오'/개미취 '진다이'/서양등골나무 '코촐릿'/대왕금불초 '조넨슈트랄'/금꿩의다리

  • 꽃 하나만 보고 선택한 식물(3): 아코니툼 '스파크스 버라이어티'/게라니움 프실로스테몬/페르시카리아 엠플렉시카울리스 '오렌지필드'

  • 구조만 보고 선택한 식물(1): 몰리니아 '트랜스페어런트' (여름부터 겨울까지)

  • 꽃+구조를 보고 선택한 식물(1): 버지니아냉초 '알붐'

  • 꽃+잎(1): 가는오이풀 '알바' (잎이 아주 매력적이다)

  • 잎+구조(1): 큰개기장 '새너도어'

  • 늦가을까지 꽃이 지속되는 식물(3): 페르시카리아 엠플렉시카울리스 '오렌지필드'/개미취 '진다이'/서양등골나무 '코촐릿'


마지막으로 다음 도면을 분석하는 것은 각자의 숙제 :)



참고: Planting: A New Perspective by Piet Oudolf & Noel Kingsbury, 식재디자인 새로운 정원을 꿈꾸며 (옮긴이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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