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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리텀의 9월_Her, La La Land & Autumn

최종 수정일: 5월 7일

드디어 한달 이상 미뤄두었던 아보리텀 9월 다이어리 드라프트를 윅스 블로그 플랫폼에 저장해 두고 늘 그렇듯 Insight Timer 앱의 End of Day Meditation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한 날, 넷플릭스를 스크롤링 업 & 다운 하다가 Her를 본 날이 있다. 매번 꽂히는 대사, 장면, 색감이 다른데 이번엔 식물이었다. Theodore (Joaquin Phoenix)가 책상에 앉아 Samantha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식충식물 네펜데스가 눈에 들어왔다. 정원 디자인과 식물을 공부한 지 내년이면 4.5년이 되고 아직은 아는 것 보다 궁금한 게 더 많긴 하지만 내 시선들에 담기고 머무는 사유와 공간과 오브제들이 영원히 정원 디자인과 식물이길 바래본다.



(왼쪽 상단) 식충식물 네펜데스(Nepenthes)가 걸려 있다. 영명은 Tropical Pitcher Plant. 펍에서 맥주 주문할 때 우리가 흔히 쓰는 '피처 하나 더 주세요'의 그 피처가 맞고 맥주가 담긴 용기와 네펜데스 쉐입이 닮았다. 네펜테스는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려고 어디까지 분화할 수 있는 지 보여준다. 벌레를 잡기 위해 피처 즉 항아리 모양의 덫은 세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두껑은 통속으로 빗물이 들어가서 소화액이 희석되는 것을 막아주고, 화려한 색깔의 테두리는 곤충을 유혹하는 미끼로 작용하며, 통은 먹이를 유혹하여 빠뜨려 죽이고 결국 소화시키는 액체를 담고 있다 (이미지 출처: Archidaily)



여기 Planter에도 난, 박쥐란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네펜테스 (이미지 출처: Garden Illustrated)



가을에 개화하는 꽃이 기대되는 9월은 휴면기에 들어가기 전 자연이 마지막으로 열기를 내뿜는 시즌의 시작이기도 하다. 햇살은 적당히 덜 강열하고 아침저녁으로 들리는 풀벌레 소리는 맘을 느긋하게 하니 한여름의 힘들었던 노동을 이제서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너그러운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9월 한달 동안 나의 눈과 발길을 사로잡아던 식물들을 살펴보자.


낮은 채도의 Hydrangea paniculata (나무수국)_비오는 9월 5일


Physostegia virginiana (꽃범의 꼬리)_난대순화온실 옆 정원_Flowering from midsummer to early autumn, 줄기가 단단하여 잘 쓰러지지 않고 Structure가 매우 Architectural하다.


Haemanthus coccineus (Common name 'Cape Tulip')_난대순화온실_Haem는 blood, Anthus는 flower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스트랩 모양의 긴 잎이 꽃이 진 후 나오기 때문에 위 사진에서는 잎이 없는 것. 또한 뿌리가 화분에 다소 빽빽하게 뭉쳐있을 때 꽃이 잘 개화한다고 하니 분갈이를 정기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Eurycles amboinensis (Common name 'Cardwell lily')_난대순화온실 옆 정원_비비추 같은 잎을 지닌 카드웰 릴리, Native to Thailand to N. Australia (세밀화 출처: Kew Science)


Aloe deltoideodonta_아열대 전시원


Canna x generalis 'Bengal Tiger' (Variegated Tiger Canna Lily) 칸나 벵갈타이거_열대전시원_드라마틱한 사이즈의 잎은 크리미옐로우 plus 진한 그린색,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스트라이프가 매력적이다.


칸나 벵갈타이거 꽃색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burnt orange, her에서 Theodore의 셔츠색 그리고 라오스 여행갔을 때 만났던 스님들의 승려복도 burent orange. 사랑스럽다! (출처: Imdb & 구글)


Iris spp (큐가든 2019.6.2)


Shades of orange

(In western cultures it is considered a colour of fun and energy. It represents new ideas and creativity. It is a colour of heat and has associations with summer, hot sun and sunsets. It is also a colour of harvest and autumn. It is less aggressive than red and more calming than yellow. Because of its high visibility, orange can become dominant.)


Sium suave (common name 'water parsnip') 개발나물_난대순화온실 앞 정원_Sium is an old greek, a name for a marsh plant 그래서 조그만 개울이 흐르는 쪽에 자리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과(科, Family)인 '산형과(Umbelliferae)' 식물로 열매 (Seedhead)도 앙증맞고 색감도 아름답다. (열매 이미지 출처: 국가표준식물목록)


Patrinia scabiosifolia 마타리 (중앙 노란색꽃), Rudbeckia laciniata 삼잎국화 (앞쪽 노란색꽃)_'흐드러지다'는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Tricyrtis macropoda (Common Name 'Toad Lily') 뻐꾹나리_흰꽃에 자주색 반점이 매력 포인트


Tricyrtis macropoda 황금 (8.16 촬영, 가운데 사진은 9.4 촬영_개화기가 길다는 사실)


Caryopteris incana 층꽃나무_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반목본성 식물이다. 올해 나의 PLANT OF THE YEAR! 지상으로 드러난 밑부분은 목질화하여 살아 있으나 그 윗부분은 죽는다. 강건한 식물이라 재배가 쉽지만 너무 비옥한 토양에서는 급속하게 성장하여 당년에 개화하고 죽어버리므로 최대한 척박하고 건조한 조건에서 재배해야 여러해살이풀로 이용이 가능하다.


Tripora divaricata 누린내풀_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꽃이 필 때는 이 냄새가 더욱 강해지는데 그래서 누린내풀이고 불린다.


Tripora divaricata 누린내풀


여뀌류, 이슬만한 다홍색 꽃들이 줄기에 수없이 달린다. 점들이 부유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 아련한 느낌을 주는 소재



"식재 디자인의 핵심인 효과적인 식물 조합 (Plant Combinations)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물의 비주얼적인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칼라도 비주얼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는 주로 꽃의 색에 관한 것이고 꽃은 비교적 수명이 짧으므로 기후에 상관없이 근본적으로는 더 오래지속되는 잎, 형태와 같은 구조가 식재 디자인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Piet Oudolf



9월에는 유독 식물체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하였고 이는 주변식물의 방해없이 식물 구조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즉, 잎이 밑동에서 뚜렷하게 모여 나는 지, 중간부분에서 주로 나는 지, 거의 동일한 크기의 작은 잎들이 꼿꼿하게 직립한 줄기 위쪽부터 아래쪽까지 숱하게 달리는 지, 줄기가 연약해서 자라는 모습이 매번 달라지는 식물들을 비주얼적 특성을 관찰하면서 구조에 따라 어떤 식물을 함께 식재하면 좋을 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솔체꽃에 앉은 나비


Actaea japonica 왜승마


Actaea japonica 왜승마_줄기가 튼튼해서 잘 쓰러지지 않고 수많은 폭죽이 웨이비하게 터트려 지는 듯한 이펙트를 연출할 수 있다.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향기나는 꽃을 피운다.


Aconitum carmichaelii 송이바꽃(송이투구꽃) & 비비추의 조합


Pyruscalleryana 콩배나무 (낙엽활엽관목) 열매와 꽃_관상수원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가 선보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의 제목은 한국 전역 하천가에서 자생하는 '달뿌리풀'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자연과 조화하는 예술 형식인 '정원'을 소개하기 위하여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프로젝트가 자리한 건물의 원통 형태가 식물 줄기의 물관과 유사하다는 데에서 착안하여, 원형정원이 하늘의 달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미술관을 둘러싼 주변 산야의 식생을 정원의 가장 주된 재료로 사용하였다. 한반도의 자연환경에서 적응하며 진화한 자생의 식물군으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원초적인 상태를 재현한 것이다. 우리 땅 생태의 일부를 정원에 옮겨옴으로써 작가는 종의 보존과 우리가 가진 유전 자원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2년에 걸쳐 과천의 사계절을 담아낼 예정이다. 바람과 일조량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며, 탄생과 소멸의 순환을 보여줄 정원을 통해 자연의 순리와 생명력을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웹사이트)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을 들어설 때 리플릿에 있는 정원에 대한 정보를 읽지 않고 정원을 오감으로 느껴보기로 했다. 정원은 자연을 어떤 공간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기에 인공적이고 인위적일 수 밖에 없는데 원형정원을 보고는 사람의 손으로 식재를 했을 터인데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인터밍글링에 놀랐다. 자연을 그대로 삽으로 떠서 옮겨놓을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리고 나도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날이기도 했고!


9월은 가을 햇살을 품은 식물들로 가득했고 노동의 강도는 줄어 들었으며 그래서인지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리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럴 즈음 한 날 넷플릭스를 스크롤링 업&다운 하다 la la land를 다시 보게 되었고 이번엔 이 라인이 나의 맘을 사로 잡았다.

Since when do you care about being liked?

This is not your dream!


출처: 넷플릭스 스크린 캡처, RHS Colour Compa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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