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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리텀의 12월_드디어 할일은 모두 끝났다.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25일

12월 3일 수목원에 첫눈이 내렸다. 온통 눈밭이 되었다. 남쪽 부산의 날씨가 태어날 때 부터 DNA에 장착된 나로서는 생각의 감각마저도 얼어붙게 만드는 차디찬 북쪽의 기운이 그닥 달갑진 않다. 영국에 있을 때 펍 밖에 서서 히야시 이빠이된 맥주를 다른 계절이 아닌 겨울에 특히 즐겼던 나에게 겨울은 응당 그래야지 싶다가도 12월 제주의 대기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슬밋슬밋한 따스함을 느낀 순간 이내 아웃바운드 티켓을 영원히 취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해가 밝았다. 2023년 어디에서 길을 잃을 때 나의 컴퍼스를 믿고 따라 가길! 제주 스누피가든.


정원의 열두달 중 마지막 12월을 정리하자니 맘이 뭉글뭉글하다. 겨울의 황량함 때문일 수도 있고 긴 여정을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일 수 도 있겠지? 어쨌든 그런 마음을 여며매고 겨울정원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로 한다.


국립수목원의 윈터스케이프


온실에서 키우고 있는 나의 동백, 분갈이 하고 몇 주 후 꽃봉오리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더니 창문 너머 눈덮인 풍경이 무색하게 꽃봉우리가 열렸다. 동백은 남부수종이니 여기에선 온실같은 실내에서 심어 관리해야 하고 그래서 겨울의 실내식물 (Houseplants)


난대온실 애기동백, 제주도에서 상효원에서 본 동백 (오른쪽)


제주 베케의 12월, 버들마편초의 씨송이가 그라스들과 어우러지고 개맨드라미(오른쪽)도 강한 꼿대를 세우며 겨울정원에 색감을 더한다.


제주 스누피가든의 12월, 스누피라는 만화 캐릭터가 정원 곳곳에 함께 한다. 흔하디 흔한 남부수종 팔손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싱글로 심어져 있는 잎의 스케일이 주변 식재와 대조를 이루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나무, 피목(나무 줄기의 숨구멍)이 스티치를 한 것처럼 박혀있는 매력적인 수피, 그리고 빨간 열매. 제주 상효원


말오줌때, 오른쪽은 유리옵스 (Euryops pectinatus) South Africa 출신으로 역시 남쪽에서만 월동이 가능한 남부수종이다. 겨울내내 데이지같은 노란색꽃과 회색잎이 정원을 밝히는 상록관목으로 1m까지 자라며 Spreading Habit. 제주 상효원



겨울은 이 글을 적고 있는 2023년 새해 첫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푹신한 짚이불을 덮어줬고 눈이불도 덮고 있으니 한동안 식물들을 내버려둬도 될 터이지만 줄기를 단단히 잘 감싸줬는지, 뿌리가 얼면 어쩌나? 봄에 싹이 안올라오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스쳐지나 간다. 하지만 이 모든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적는 작업이 때론 귀챦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난 10개월이 이렇게 온전한 기록으로 남아 추억이 되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다시 올 3월을 기다린다.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드리며 다시 만날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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