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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8/4. 베케_네번째 계절 여름 7~8월 Feat. 나무심기 팁 & 숲정원과 빛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25일


어제 그제 하늘에 구멍이 난 줄 알았다. 베케가 있는 제주의 7~8월도 예외가 아니었겠지. 오늘은 하늘이 맑디맑고 햇살은 달궈진 낫처럼 무덥다. 극과 극을 왔다갔다 하는 여름의 서스펜스풀 Suspenseful 한 날씨. 장마, 태풍, 건조한 바람과 같은 외부의 물리적 환경에 숲의 나무들은 공동으로 대응하며 이겨낸다는데, 공생을 추구하는 그사세!


이즈음 베케에는 이런 식물들이


  • 비비추

  • 누린내풀 '스노우 페어리': 가을로 넘어가는 늦여름에 보라색꽃(아래 가운데 & 오른쪽)을 피우고 잎이 마른 후에도 형태감이 오래 유지된다. 줄기는 부드럽지만 느슨하지 않고 뭉글뭉글 여유롭게 공간을 채운다.


(왼쪽부터) Aconitum carmichaelii 송이바꽃(송이투구꽃) & 비비추, Tripora divaricata 누린내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꽃이 필 때는 이 냄새가 더욱 강해지는데 그래서 누린내풀이고 불린다. Tripora divaricata 'Snow Fairy' 잎의 테두리를 따라 선명한 크림색 무늬를 그려내는 식물들은 수많은 초록초록한 잎들 사이사이에서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누린내풀 Tripora divaricata (국립수목원) 줄기는 부드럽지만 느슨하지 않고 뭉글뭉글 여유롭게 공간을 채운다


우리나라 기후조건에는 사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는 한달이 채 되지 않고 1년의 대부분을 줄기와 잎이 만드는 식물체의 형상/스트럭처 structure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수많은 다양한 형상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공간이 바로 정원인 것이다.
  • 자주천인국속(예.에키나세아)

  • 원추천인국속(예.루드베키아)

  • 배암차즈기속(예. 살비아)

  • 여뀌속

  • 기생초속(예.금계국)

  • 모나르다속

  • 원추리속

  • 오이풀속

  • 등골나무속

  • 나무수국 '라임라이트'

  • 팜파스 그라스 '푸밀라'

봄꽃이 파스텔톤이라면 여름은 선명한 붉은색, 오렌지색, 짙은 분홍색 계열의 식물들이 유독 눈에 띈다. 나무수국도 고깔모양의 꽃차례로 길게 늘어져 둥글둥글한 다른 수국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낮은 채도의 Hydrangea paniculata (나무수국)

비오는 2022년 9월 5일 국립수목원



  • 낙엽수 햇살과 바람을 순하게 만들어 주는 낙엽수는 계절에 따른 변화감과 함께 정원으로 쏟아지는 빛을 순화시켜 하층으로 다양한 그늘식물이 살 수 있는 안락한 환경을 조성한다. 잎을 통과해 걸려지는 빛(Dappled light)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경관이 되고 해마다 떨어져 쌓이는 낙엽은 더없이 좋은 부엽토가 되어 준다. 하층부 식물들이 여름을 버틸 수 있는 부드러운 그늘과 신선한 바람을 만들어 준다.


VS


  • 상록수: 햇빛을 차단해 주긴 하지만 켜켜히 쌓인 두터운 잎 때문에 바람이 통하지 않아 시원함이 덜하고 짙게 드리운 그늘은 하층 식생을 단순하게 만들어 정원 지피식물의 종류를 제안하다. 어두운 색감과 단단한 질감은 정원의 분위기를 경직시키고 사계절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정원경관을 단조롭게 하기도 한다.


부지경계쪽에 차폐를 위해 일부 상록수를 심긴 했지만 베케정원의 교목은 대부분 낙엽수다. 솔비나무(늦여름하얀꽃, 가지의 형태가 아름다움), 노각나무(Stewardtia koreana), 쪽동백나무(때죽나무과), 사람주나무(음수, 새순과 단풍이 아름다움, 작은 정원이나 중정에 추천), 팥배나무(봄에 하얀꽃, 가을단풍과 열매)가 중심 골격을 잡고 가막살나무, 덜꿩나무, 산수국 등이 하층 여백을 보강하는 구조를 이룬다. 덕분에 난대지역 저지대에 위치한 베케정원에서도 아래와 같은 식물을 즐길 수 있다.


  • 노루귀

  • 두루미꽃

  • 족도리풀

  • 은방울꽃


나무를 모아 심는 팁:

  • 옆으로 퍼진 것보다 길고 좁은 것이 좋다.

  • 보통 지형이 평탄하면 되도록 수형이 바르고 단정한 것, 지형이 높낮이가 심하면 다소 구부러진 수형이 운치를 더 한다. 마운딩에 식재할 경우는 아래쪽 낮은 땅에는 키가 큰 나무를 심고 위로 갈 수록 키가 작은 나무를 심어야 안정감이 생긴다.

  • 큰 나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나무를 모아심을 때 큰 나무는 지나치게 두드러져 전체적인 균형과 리듬을 깨기 쉽다. 그러나 작은 나무는 전체 비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적당한 빈도만 유지하면 되고 비용도 적게 들고 이식 후 적응력도 뛰어나 여러가지로 효율성이 좋다.

  • 나무의 굵기는 다양해야 좋다. 다만 식재하는 대부분의 나무를 유사한 굵기로 유지하고 이보다 작거나 굵은 나무가 일부 섞이도록 심어준다. 즉 유사한 평균 굵기의 나무들 사이로 다른 굵기가 적당히 섞여 있으면 좋다. 예를 들어, R15 10주 + R10 2주 / R12~15 6주 + R20은 2주 *R: 근원직경, 지표면 부근의 나무의 지름

  • 나무 심을 때 식재 간격의 장단, 나무 높낮이도 리듬감이 유지되게

  • 자작나무와 소나무처럼 수피나 줄기의 선이 독특한 나무와 일반적인 나무를 섞어 심는 경우는 먼저 우점종을 확실히 정해 배치하고 우점종이 아닌 나무들과 다소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다만 변화감을 주기 위해 일부는 가깝게 심기도 한다.

  • 쪽동백나무(때죽나무과)나 때죽나무같이 아래쪽 방향으로 꽃이 피는 나무들을 섞어 심으면 정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 단풍의 색도 중요한데 붉은 계열의 단풍나무, 노란계열의 생강나무, 솔비나무를 적절히 섞어 심는다.

  • 단풍나무, 귀룽나무, 사람주나무는 상대적으로 단풍이 일찍 드니 심을 때 단풍이 드는 시기도 고려하기.

  • 상층에는 양수: 층층나무, 자귀나무

  • 하부에는 음수(아교목, 관목층):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 음지에 강한 관목(교목 아래 식재): 참꽃나무(Rhododendronweyrichii), 진달래, 철쭉, 노린재나무(Symplocos sawafutagi), 덜꿩나무, 생강나무

수목하층에는 관목을 무리지어 심지 말고 그늘식물을 이용해 잔잔한 느낌의 자연 숲 하층군락을 연출한다.

  • Woodland Garden: 자연의 숲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 결과로서의 숲정원


자연의 숲은 시간에 따라 천이(일정한 지역의 식물군락이나 군락을 구성하고 있는 종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천해 가는 현상) 과정을 겪으며 만들어 진다.


숲속의 초본층은 경쟁보다는 상호 공존하는 형태로 분포하며 밀도와 피도가 적어 여백이 많고 여유롭다. 모든 나무들은 빛을 탐한다. 그러나 분명히 정도의 차이는 있다. 양수림은 주로 숲 가장자리나 숲이 형성되는 초기에 나타나는데 치열하고 지독한 경쟁을 거치며 강한 것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하지만 숲의 시간으로 보면 이러한 사투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식물이 최종 승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숲은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되고 변화된 환경에서 양수들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음수다.


음수 또한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은 종다양성이 높고 공생을 추구하는 안정된 사회를 만드는 주역이 된다. 안정된 음수를 형성하고 나면 숲에서 빛은 특정 종이나 특정 층위에 의해 독식되지 않는다. 아무리 울창한 숲속에서도 빛은 숲 틈이나 잎 사이를 투과하여 지면까지 도달한다. 이렇게 도달한 빛은 지면에서 자라는 초본식물들의 기초 에너지가 된다.


땅은 초원에서 시작해 관목림을 거쳐 양수림으로 성장하며 결국 생태적 안정성과 균형을 이루는 음수림인 극상림에 도달한다. 극상림에 가까워 질 수록 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초본층 등 층위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양수림에 비해 초본층 우점도와 생물다양성이 높아진다.


숲은 극상림으로 갈 수록 표토층이 발달한다.


  • 부엽토 = moist but well drained 배수가 잘 되면서 보습력을 유지하는 토양을 의미하고 부엽토를 구하기 어렵다면 마사+피트모스(를 영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운동을 하고 있지만)+왕겨 등을 혼합한 식재용토를 대신 사용할 수 있다.

  • 낙엽수 잎은 1년, 상록수 잎은 3년 정도 발효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군락 Plant Community 혹은 군집 Association: 다양한 자연환경에 따른 식물 집단의 기본단위

  • 우점종

  • 식별종 혹은 표징종 (미환경에 따라 변하는): 지형, 토질, 경사, 공중습도, 천이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민감한 종으로 이를 활용하면 차별화된 독특한 경관과 식생을 담을 수 있다.

  • 수반종 (어디서나 출현하는 Companion Species)

  • 우연종 등으로 구성


  • 정원이라는 공간 안으로 빛과 어둠을 담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고민

  • 식물들의 수많은 중첩된 구조들 사이에서 빛이 투과되거나 반사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음영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빛은 정원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면서 또한 무거운 책임이다.


대경관을 연출하는 힘

  • 실제보다 더 크고 깊은 규모감을 연출하는 것이 하이 스케일 디자인 High Scale Design

  • 베케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구획이 많은 정원이다. 정원 중심축을 동서 방향으로 계획하면 공간의 심리적 크기는 훨씬 확장된다. 베케의 경우 건물배치와 주동선이 다 동서방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해가 뜨고 지는 방향으로 관람객이 이동하는 시선에서 고스란히 빛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 준다.

  • 특히 빛이 사선으로 떨어지며 역광으로 비추는 아침과 저녁시간에는 정원과 하늘이 그대로 이어져 시야에 담기는 정원 영역이 훨씬 확장되고 관람객의 몰입도가 높아져 대자연의 웅장함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

  • 태풍대비 시설물 단속과 배수로 정비

  • 평상 시 큰 비가 올 때 정원에 물이 들고 나는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 위기에 대비

  • 목련처럼 키가 큰 나무들은 무성하게 자란 가지를 일부 잘라주는 것도 좋다.

  •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어야 나무가 쓰러지거나 큰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

  • 심어서 얼마되지 않은 나무들과 키가 큰 초화는 필요에 따라 묶어주거나 지주를 해 주기도

  • 태풍이 불면 아카시아속, 부들레야속 같은 양수들이 늘 피해를 보는데 빨리 자라는 속성수의 특성상 조직이 치밀하지 못해 강한 바람에 쉽게 부러진다.


출처: 베케, 일곱계절을 품은 아홉정원(글, 사진-김봉찬, 고설, 신준호), 내 블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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