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BO-OK8/2. 베케_두번째 계절 봄 4월~5월, 1년 중 가장 눈부신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달

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25일


정원안으로 봄이 완연해지면 겨울잠을 자던 낙엽수가 깨어나 새잎을 펼친다. 겨우내 비어있던 가지의 여백 안으로 초록의 기운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새잎은 분명 작고 여리지만 거대한 생명력을 품어 활기로 가득하다.


중국 단풍 '하나치루 사토' - 색을 담고 있다기 보다는 색이 빠진 듯한 흰색에 가까운 살굿빛 잎으로 나무가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병약해 보이기도 한다.


이 문장을 읽고 내가 지난 화요일 모지포 신상까페 웰컴정원에 식재한 삼지닥나무와 자엽안개나무가 생각났다. 화단이 크지 않아 낮은 키 1-1.5m 정도의 스탠다드/외목대형 나무를 심었는데 여리여리한 줄기들 때문에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또한 어제부터 내리는 세찬 비와 바람이 새로운 토양과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안다. 서서히 생기를 되찾고 해가 드리우는 시간이면 찬란하게 반짝거려 하부 초화류들과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는 것을!


노각나무

산수국

가막살나무

덜꿩나무

예덕나무 - 붉은 새잎

느릅나무 - 노란 새잎


베케의 낙엽수들은 보통 3월 말부터 순이 나오는데 나무를 옮겨 심으려면 그 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다.


Fernery, 양치식물의 집: 양치식물을 전시하기 위해 온실을 만들어 가온을 하거나 햇빛과 바람을 막고 그늘과 공중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을 실외에 조성했는데 이를 퍼너리 Fernery라고 불렀다. (테라리움에 양치식물 식재하는 이유)


1800년대 영국인들은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미 등을 탐험하며 꽃과 향이 좋은 식물들과 더불어 양치식물 등 정원의 진귀한 식물들을 수집하는데 열광했다고 했다. 특히 빅토리아 여왕시대(1837-1901)에 접어들면서 양치식물 채집광풍(Fern Craze)이 불면서 양치식물 마니아(Pteridomania)가 급격히 늘어났고 북반부 온대 양치식물은 물론 뉴질랜드의 아열대, 열대 나무고사리(Tree Fern, Dicksonia antarctica)까지 도입되면서 양치식물을 이용한 정원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야생화에서 느낄 수 없는 원시적인 아름다움, 원시 자연의 신비로움 같은 것이 느껴진다.


[빗물정원]

파초일엽

큰천남성

설설고사리

청나래고사리


이른 봄꽃들이 꽃을 마무리하는 시기 즉 4월에서 5월 사이에 내리는 고사리 장마 기간이 되면 양치식물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몸을 키운다.


  • 대부분의 양치식물은 음지나 반음지에서 잘 자란다. 특히 낙엽수림 하부와 같이 직사광선이 없고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걸러져 들어오는 곳에서 최상의 생육상태를 유지한다.

  • 가급적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되 반음지의 경우 오전 햇살은 들어오되 오후의 강한 직사광선은 피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공중습도가 높은 곳에서 번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린순은 쉽게 건조해져 마르거나 잎끝이 타기도 하기 때문이다. 담이나 나무로 바람을 차단하고 안개분수를 설치해 정기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안정된 서식 기반을 마련해 준다. 만약 규모가 큰 정원이라면 연못이나 폭포가 있는 계류를 조성해 수경관을 연출하면서도 공중습도를 높여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 식재용토는 가볍고 배수력과 보습력이 좋아야 한다. 잘 발효된 부엽토와 점질이 없는 마사토를 혼합해 사용하고 부엽토를 구하기 어렵다면 피트모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착생하는 양치식물을 돌담에 심을 때는 별도의 용토를 사용하지 않고 물에 충분히 불린 수태(마른물이끼) 이용💡박쥐란 돌틈에 식재하는 것처럼!

  • 지면에 양치식물을 심고난 후에는 토양의 보습력 유지를 위해 우드칩이나 바크 등으로 멀칭해 주는 것이 좋다.

  • 그러나 무엇보다 종마다 서식하는 환경이 다르므로 식물의 자생지 환경을 고려하여 식재 조건을 맞춰 주어야 한다.


[이끼정원]

사람주나무 - 붉은 새잎

솔비나무

비비추 '블루 카뎃'

긴잎풀모나리아 '마제스트'

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윤판나물아재비


사실 이 식물들은 자연에서라면 아래 이미지와 같이 좀 더 나무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에 서식한다. 하지만 베케의 이끼정원에서는 적당한 수분과 습도를 공급해 숲속 식물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는 입자의 안개분수가 정기적으로 분출되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윤판나물아재비


가는잎처녀고사리

단풍철쭉

돌단풍

자란 (국립수목원에서는 난대온실에 있었던)


봄이 완연해지면 나무에 잎이 무성해지고 시야가 차단된 정원은 훨씬 아늑해 진다.


이끼정원의 물길을 따라 붉게 땅을 덮은 눈여뀌바늘, 연못 가장자리나 빗물정원의 지피로 유용



베케 이끼정원의 물길을 보니 그레잇 딕스터 가든 (Great Dixter Gardens)의 Upper Moat (작은 못)이 생각났다. 정원식물의 서식처 유형에 신선한 레이어를 입혀 준 흥미로운 지형이다.


참중나무 '플라밍고' - 붉은 어린잎에서 밝은 갈색이 뒤섞이다 하얀색으로 바래는 녹색을 찾아가는 여정

참꽃나무 - 맑은 다홍색 꽃

백당나무

바위수국속

으아리속

병꽃나무속

정향풀속

크라스페디아 글로보사

로단테뭄속

아마릴리스속


낙엽수 잎 아래에서 그늘에서 한결 순해진 햇살을 받아 마음껏 잎을 펼치는 비비추속과 풍지초속(벼과) 식물

억새, 수크령의 새잎 그리고 묵은 잎은 힘을 잃어 땅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질세라 따듯한 봄볕에 쑥, 망초, 질경이, 민들레, 괭이밥 등이 억새와 수크령 틈새에서 꽃을 피운다. 잡초도 경관 안에서 제 기능과 아름다움이 있으니 무성해지기 전에 잠시 꽃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암대극의 꽃

아미속

니포피아속

칼라 calla

억새 Miscanthus sinensis




Ammi majus

VS


Angelica gigas


5월에 빠질 수 없는 상록수 만병초


  • 상록수에서 보기 힘든 다채롭고 선명한 색감의 꽃은 짙은 녹색 잎을 배경으로 또렷하게 도도라진다. 목련이 지나가고 난 뒤 계속 이어지는 꽃잔치.

  • 만병초는 상록성 진달래속 식물을 통칭,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집중 서식

  • 우리나라 자생: 만병초, 홍만병초, 노랑만병초 등

  • 봄~초여름 사이에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고 내한성이 강해 겨울이 긴 온대지역의 정원에서 활용도가 높다. 내한성이 강해도 겨울철 냉건한 바람에 노출되면 피해를 볼 수 있다.

  • 디자인 측면에서 짙은 색감의 단단한 구조체는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할 경우 정원이 경직되어 보일 수 있다. 공간에 힘이 필요한 곳이나 시선을 유도해 변화감을 주어야 하는 곳, 키가 큰 낙엽수 아래에서 하부 골격을 이루어야 하는 곳에 절제하면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들의 무게감을 중화시켜 줄 수 있는 대비감을 주는 소재와 함께 심으면 공간이 더 풍성해 질 것이다.

  • 식재 위치: 차고 건조한 북서풍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곳에 심고 오전 햇빛은 들어오되 한낮의 직사광선은 피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부지의 동남쪽 사면에 심거나 북서측이 막힌 반음지가 적당, 낙엽수를 식재한 가장자리나 교목의 밀도가 낮은 그늘정원 하부가 이상적이다. 양지에서 적응력이 좋은 수종도 있으니 참고!

  • 식재 용토: 배수력과 보습력을 동시에 지녀야 하며 보통 부엽토, 마사(또는 펄라이트), 피트모스를 적당히 혼합해 사용. (우리나라 토양은 주로 CLAY/점질토/진 또는 마사토) 만병초를 점질토에 심으면 뿌리가 섞어서 죽고 마사토에 심으면 건조 피해로 말라 죽일 수 있다.

  • 배수: 배수를 위해 주변보다 다소 높은 곳에 위치를 잡아주고 식재 후에는 멀칭을 해서 토양 보습력을 높여 주는 것이 좋다.

  • 비료: 유기질 비료를 많이 주면 문제가 생긴다. 우드칩이나 바크로 정기적으로 멀칭해 주는 정도로 충분하며 필요에 따라 이른 봄 매우 소량의 유기질 비료를 주는 정도면 족하다. 토양 ph가 너무 높으면 흙속에 마그네슘 칼슘이 풍부해도 황백화현상이 생길 수 있다. 토양 ph를 낮추기 위해 용토에 토탄을 혼합하면 좋다.

  • 물주기: 정원에 심은 만병초는 식재 초기와 극심한 건조기가 아니면별도로 물을 줄 필요가 없다.


떡진머리정원

비가 많이 내리면 풀은 한껏 낮아진다. 바람에 순응하며 무브먼트를 자아내는 잎은 물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바닥에 눕는다. 제멋대로 드러누운 식물의 형상은 엄청난 야생성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드러누운 식물들 사이에서도 꼿꼿하게 남아 있는 것이 있다. 니포피아속 식물과 용설란(Agave americana) '마르기나타'. 이렇게 몇번의 봄비가 정원을 뒤 흔들고 나면 잎은 더 무성해 지고 정원은 서서히 여름으로 향해 간다.


니포피아속 식물은 새들이 수분을 돕는 조매화로 작은 새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줄기가 굵고 단단하다.



출처: 베케, 일곱계절을 품은 아홉정원(글, 사진-김봉찬, 고설, 신준호), 구글, Pinterest


BLOG구독신청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