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유명 가든 디자이너 Tom Stuart-Smith의 와이프로도 알려진 Sue Stuart-Smith는 정신과의사 (psychiatrist)이자 열정적인 정원사 입니다. 치유적 공간인 정원과 정원 가꾸기(가드닝)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 지에 대한 글을 책으로 엮었는데요,
Sue는 정원을 관리하는 과정이 마음, 내면의 자아와 상호 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조사하고 탐구합니다. 그리고 가드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지력 (Cognition) 강화에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그녀의 할아버지의 케이스, 꽃에 대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의 집착, 자신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 뉴욕 라이커스 아일랜드 교도소에서 진행된 정원 가꾸기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임팩트 있는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특히 공감이 가는 몇 구절을 소개하면,
서로가 거친 감정에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어서, 감정이 폭발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피하려고 한다. 반면, 나무, 물, 돌, 하늘은 인간의 감정에 무감각하지만 우리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은 우리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전염되지 않는 특징 덕분에 상실로 인한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종의 위안이 된다.
정원은 환상이자 동시에 현실인 장소였다.
돌고르기 파티
물을 주다 보면 마음이 진정된다. 일을 마치고 나면 이상하게 나 자신도 식물들만큼 상쾌해 진다.
원예에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은 씨앗을 싹 틔우는 일이다.
식물을 키울 때는 계절과 싸울 수 는 없다. 흐르는 강물에 뛰어들 듯 계절의 에너지에 실려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온다.
지난 해 어느 흐린 봄날, 나는 온실에서 물을 주고 씨를 부리고 배양토를 옮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그 때 갑자기 하늘이 개면서 햇빛이 쏟아져 나를 다른 세상으로 실어갔다. 반투명한 풀잎들 사이로 빛이 쏟아지는 찬찬란한 녹색 세상이 펼쳐졌다. 잎마다 흘뿌려진 물방물들이 빛을 받아서 눈부시게 반짝였다. 한순간 넘치는 지상의 복을 느꼈다. 그 감각을 아직도 선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21세기 이 시점, 우울증과 불안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이 늘어가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도시화해 져서 기술 의존성이 높아지는 이 시점에는 정신과 정원의 상호작용방식에 대한 이해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지 모른다.
정원의 회록력은 고대부터 인정받았다. 정원가꾸기는 본질적으로 돌보는 행위이며, 실외운동과 몰입활동을 결합해 우리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에너지를 채워준다고 인정한다.
시인이자 정신분석의 선구자인 워즈워드는 자신의 정원에서 뒤어난 시를 많이 썼고 이후 평생동안 이어진 , 정원을 걸으면서 리듬을 느끼며 소리 내서 시를 읊어보는 습관을 키웠다. 시인은 정원을 만드는 목적은 '자연이 병을 치료하게 도와주려는 것'이라고 썼다. 정원은 자연의 치유효과를 압축해 제공하여 일차적으로 우리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정원은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생명의 근원적 측면들과 접촉하게 해준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성공적인 원예치료 프로젝트는 옥스퍼트셔의 '브라이드웰 가든스 (Bridewell Gardens, 참고로 Bridewell은 유치장, 교도소라는 뜻)'다. 이 프로그램은 최대 2년가지 참여할 수 있고 대체로 심각한 정신 건강문제나 사회적으로 단절되었으며 질병이 개인의 정체성이 된 70-80명 정도가 일주일에 2번 참여한다. 브라이드웰은 코츠월드 교외의 큰 정원안에 설치되어 있다. 베네딕트회 수도원 정원처럼 자체 포도원 등의 생산적 영역이 평화와 안식을 위한 정신적 공간과 공존한다.
Bridewell Gardens
분노, 애통, 좌절을 승화시키거나 창조적으로 표출하는 방법은 많다. 원예도 그 중 하나다. 흙을 파고 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은 일은 모두 파괴를 통해 성장을 북돋는 돌봄의 형태다.
원예를 처음 하는 사람은 누구나 식물이 제대로 자랄지 걱정한다. 하지만 새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힘차게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엄청난 힘을 느낀다. 이 경험, 이경험을 통해 얻는 긍정적 감각의 핵심에는 일종의 환상이 있다. 나는 그 환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키우게 한다고 생각한다. 씨앗을 돌보는 일과 그 일을 위한 정신과 자연의 상호작용에서 우리는 이 환상을 얼마간 경험할 수 있다.
한 줌의 씨앗이 수확물로 변모하는 걸 보며 많은 사람들이 쾌감을 느끼며 거기서 원례 사랑이 시작된다. 씨앗을 뿌리면서 우리는 가능성의 서사를 심는다. 그것은 희망의 행위다. 씨앗이 전부 발아하지는 않지만, 땅에 씨앗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원예란 일종의 연금술, 씨앗과 토양과 물과 햇빛을 엮어서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마술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나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들어 보라고 했다. '호랑이 가죽 같아요'. 야로의 수줍은 태도와 더불어 정원이 그런 부드러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되었다는 사실은 인상 깊었다.
흙 속에 손을 넣음으로써 수감자들은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사람과 함께 사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해한다. 정원에서 손과 몸으로 일하려면 흙을 직접 만져야 한다. 이런 접촉을 어린이 정신분석의 선구자 장 피아제는 '감각-운동 학습'이라고 불렀다.
영국 최대의 자선 원예단체 Thrive. 학교 이탈 청소년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소년들은 소유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각자 구역이 정해져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식물들이 자라고 열매 맺는 모습에서 인정받는 다는 느낌을 얻게 되엇다.
접근 가능성, 원할 때면 거기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선단체 하이그라운드는 원예 치유 효과가 입증되어 이제 새로 지은 국방부 의료 재활센터의 더 넓은 부지로 옮겨 갈 예정이다. 환자들이 파종부터 수확까지 지켜보고 채소와 꽃을 집에 있는 가족에게 가져갈 수 있도록 계획한다.
햇빛, 운동, 흙과의 접촉은 원예가 신경계에 회복 효과를 발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큰 나무와 맺는 애착은 작은 모종들과 맺는 애착과는 다르다. 모종은 작기 때문에 우리가 돌보고 보호하지만 나무 그늘에서는 우리는 작은 존재고 나무의 큰 힘에 기댈 수 있다. 이 모든 일에는 언어 이전의 강력함이 있다. 우리는 모두 말없이 깊은 감정을 소통하고 싶어지는 떄가 있다. 설명하기 힘든 스트레스와 고통을 말이 필요없는 생명에게 가져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충동이리라. 말없고 듬직한 나무는 우리가 가진 괴로움을 받아들이지만, 우리의 외로움, 슬픔, 고통으로 움츠러들지는 않는다.
그럼 Happy reading!
이미지 출저: 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