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다녀온 세컨 홈타운, 영국에서 돌아온지 2달이 되었다. 밀린 일들을 해치우는 데 몇 주가 지났고 그 후 집중되지 않는 브레인을 움켜잡고 간간히 사진을 올리기도 하면서 영국 방문기를 적는 시도도 하였다. 하지만 한날 굳게 맘먹고 써내려간 드래프트가 순식간에 날라가 의욕은 바닥이 되었고 그 후 많은 날들은 나무늘보가 되기 일수였다.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일할 때 수많은 리서치를 통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정원의 선의 즉 사회적 약자와 커뮤니티를 위한 치유적 공간으로서의 정원을 사회 곳곳에 만들어 나가면서 헌신하는 수많은 영국의 자선단체(Maggie's, Horatio's)를 접하면서 정원은 공익을 위해서 쓰여질 때 더 빛을 발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달 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부산소셜캠퍼스온에서 어레인지 해 준 사업 멘토링을 받으면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디멘시아뉴스 기자이면서 벤처캐피털 심사역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지금 추진하려는 사업의 다소 뒤죽박죽한 꼭지들을 정리하면서 치매(디멘시아)와 정원의 연결고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고 그 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치매환자의 도전과 일상을 담은 웬디 미첼의 책도 접하게 되었다.
마침 지난 5월 방문한 영국 첼시쇼에는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안식처와 치유를 위해 디자인된 다양한 정원이 전시되었는데 그 중 몇몇을 간단히 제목 정도로만 소개하고자 한다. 이 모든 정원이 Gardens for Good Causes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 Project Giving Back의 100% 펀딩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에 깊은 존경을 표하면서...
참고: 밑 줄 그어진 제목을 클릭하면 첼시쇼 웹페이지로 연결되어 정원디자인 컨셉, 수상내역, 디자이너 등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낸 슬픔을 따듯한 위로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정원
Because no one should face death or grief alone
척추손상환자, 가족, 의료진을 위한 휴식의 공간
영국 National Health Service 척추센터 11곳에 조성된 정원
자폐환자들의 마스킹과 이러한 마스킹이 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를 표현한 정원
오감으로 정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
(마스킹, masking, 위장하기: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폐증을 감춰 사회적으로 잘 블렌딩 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으로 자연스러운 행동과 감정을 억제하기 때문에 소모적이며 정신건강, 낮은 자존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뇌졸증 환자들의 회복을 위한 정원
근육위축병환자들을 위한 포레스트 베이딩 (숲치유)가든
자작나무 숲과 숲의 캐노피 사이사이로 아롱지는 햇살을 연출하기 위해 50개의 자작나무, 4000여 개체의 식물 식재
사진출처: The Guardian
장암환자들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가든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박테리아, 바이러스, 균 등)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전시 후 이 모든 정원이 관련 의료기관이나 단체가 있는 인근으로 이전되어 실질적으로 환자, 가족, 의료진, 커뮤니티를 위해 기부된다는 것, 너무나 감동적인 Project Giving Back을 생각하며 치매환자를 위한 이런 정원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머리를 더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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