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Ep 2. 정원치유 프로그램 2회기, '시작해 볼까? 정원을 봄 향기로 가득 채우기'
- 7일 전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시간 전
지난 화요일, 어르신들과의 첫 만남 이후 일주일이 쏜살같이 흘러갔습니다. 이종세, 정정순, 박혜숙 3분의 코-페인터 (Co-painter) 덕분에 화단은 새 옷을 입었고 이제 이곳에 10분의 어르신들과 함께 식물의 색, 형태, 향을 더하려합니다. 우리가 선택한 화단의 페인트 색이 꽃, 잎의 컬러와 어떤 조화를 이룰 지, 식물의 유연한 곡선들이 목재 테이블, 의자, 화단의 뽀족한 각을 얼마나 부드럽게 할 지, 향은 또 대기의 온도와 습도와 만나 얼마나 풍부하게 퍼져나갈 지 궁금해 지는데요,
결국엔 이 모든 것이 정원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라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어르신들이 이 분위기에서 느낀 감정들을 나답게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5월 봄의 프로그램 주제] 생명의 시작과 성장, 다시 정원으로!
[2회기 테마] 시작해 볼까? 정원을 봄 향기로 가득 채우기
[오늘의 활동]
지난주 파종한 씨앗 관찰
정원 유희활동: 라벤더 향이 가득한 책갈피 만들기
가드닝 활동: 짝지와 함께 직사각형 화단에 밥티시아/에키네시아/은쑥을 배치해서 심고 물주기,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맡기, 식물 이름표 만들기
[2회기 개요]
일시: 2025년 5월 20일(화) 9:30-11:30
랩걸: 이혜숙 & 김규리 (이이장), 송진희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코-크리에이터: 인지저하 어르신 10명
리빙랩실: 기장군치매안심센터 테라스 정원 (3층)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우리의 파트너: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한국에자이, 디멘시아랩(디랩,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우선 기쁜 소식은 지난 주 파종한 씨앗들이 다행히도 싹이 많이 텄습니다. 인큐베이팅 실과 같은 미니 온실에서의 환경이 괜챦았는지 휴우~ 한시름 놓았구요. 한날은 흙이 마르지는 않았는지 보러 갔었는데 어르신들이 우르르 미술수업을 끝내고 몰려 오시더니 저랑 딱 맞주쳤습니다. 씨앗들이 잘 있는지 보러 왔다며 이래저래 살펴보다가 가셨는데요, ㅎㅎ 저와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몽글몽글 습기가 가득한 미니온실 그리고 귀여운 새싹 친구들
늘 제일 먼저 정원에 도착하시는 이종세 어르신...어 어르신 저랑 오늘 깔맞춤 하셨네요. 어르신의 녹색 점퍼와 저의 녹색 바지 ㅎㅎㅎ... 오늘 식재할 은쑥 '실버 마운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갑니다. 잎에 은빛이 돌죠? 한번 만져보세요. 실크처럼 부드러워요!

이내 하나둘 도착하는 어르신들은 본능적으로 이끌리듯 각자의 화단으로 가시더니 흙도 만져보고 손으로 잡초도 뽑습니다.
흙의 냄새를 맡아보는 김미자 어르신, 흙냄새 정말 오랜만이시죠?
9:30분, 시간이 되었으니 슬슬 정원 일을 시작해 볼까요? 먼저 앞치마를 매고 오늘 새롭게 선물한 가드닝 장갑도 한번 껴 봅니다. 어르신들을 위해서 손이 답답하지 않게 통기성이 좋으면서도 물에 젖으면 잘 마르는 장갑을 골랐는데요, 맘에 드시길 :)
그리고 자리에 앉아, 정원사의 모닝 루틴을 시작합니다. '정원사의 추억일기장'을 꺼내 오늘을 기록하는데요. 5월 20일을 찾아 '2회'라고 적고 선생님 이름이 이해숙? 이혜숙? 보조 선생님이름이 뭐였더라, 김규리? 김주희? ㅎㅎ 한바탕 옥신각신이 오고 가기도 하고 날씨, 온도, 습도는 빨간 온습도계의 계기판에 나타난 수치를 적으면 됩니다. 계기판이 테라스 정원 3층의 대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한가봐요. 27도가 아닌데..왜...음...
정원사의 루틴: 온습도계로 오늘의 날씨 체크

정원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5~6월, 9~10월, 각 월마다 그 달의 식물의 향 (Fragrance of the month)을 정하게 되는 데요. 5월의 향으로 선택한 라벤더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식물이죠. 지중해가 고향인 허브로 손으로 쓰다듬으면 묻어나는 부드럽고 상쾌한 향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도 줄여주기 때문에 잘아시다시피 아로마 테라피에 많이 이용됩니다.

우리는 화단에 라벤더를 식재하기 전 랩걸답게 과감히 이 향을 책갈피에 한번 가둬보기로 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저희가 만든 정원사의 추억일기장이 페이지 넘버가 없어 애를 먹었는데 라벤더 책갈피는 향도 맡을 수 있고 일기장에 끼워 쉽게 페이지를 찾을 수 있을테니 일석이조가 아닐까요.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한 뼘 크기로 라벤더 자르기 -> 색지 위에 대보기 -> 알맞은 크기로 다시 자르기 -> 마스킹 테이프로 고정 -> 코팅지로 붙이기, 너무 간단하죠! 코팅지 틈새로 코를 갖다대면 라벤더의 향을 은은하게 맡을 수 있어요.
라벤더 책갈피 만들기
향이 나는 책갈피도 몇개 만들었으니,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으로 나갈 시간! 어르신들 다같이 가드닝을 하면서 햇살도 쬐고 손도 다리도 좀 움직여 봅시다.
우선 오늘 식재할 식물 3가지를 소개할께요.
노란색 밥티시아: 봄에 따듯한 색감의 노란색 꽃이 피는 밥티시아는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잎이 초록초록 유지됩니다. 꽃이 진 후 씨송이가 맺히는 모습이 흥미로워 꽃대를 자르지 않고 어르신들과 관찰할 예정입니다.


에키네시아: 핑크, 오렌지, 피치 색 등 다양한 색감의 꽃이 화려합니다. 시각적으로 너무 쨍하지 않은 톤 다운된 부드러운 느낌이죠. 나비까지 불러들이니 어르신들의 시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거 같습니다.
에키네시아

은쑥 '실버 마운드' : 꽃도 피지만 너무 미미해서 아름다운 은빛 잎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커팅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추후 어르신들과 한번 상의해서 결정해 보겠습니다.
쑥향을 맡아보고 있는 이춘희 어르신, 은쑥이를 애기처럼 보듬고 있는 이원순 어르신

식물을 건네주고 심기 시작


마지막으로 실내로 이동해서 식물이름표를 만들었지만 오늘 부착하지는 않습니다. 어르신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하기 위해서 다음 주 화요일, 3번째 만나는 날 달아주기로 하였습니다. 외국식물이라 발음도 어렵고 외우기도 쉽지 않지만 반복해서 되뇌이면서 우리가 돌볼 식물들을 함께 가꿔 나가면 좋겠습니다.
정원사의 마무리 루틴, 오늘의 생각을 남겨보는 시간인데요. 사진작가님이 찍어주신 사진을 보면서 새삼 어르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집중하며 글을 적고 있는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멋져요 :)
지난 1회기 블로그 글에서 어르신들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싶다는 말씀을 잠시 드렸었는데, 조용한 시간에 그들이 남긴 글을 살짝 훔쳐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시다면 아래 화살표를 클릭해 주세요? ㅎ
어르신들 일기장 훔쳐보기 (화살표를 클릭해 주세요)
햇살은 따듯했지만 바람이 불어 흙도 날리고 힘드셨을텐데, 어르신들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어르신들과 같은 마음입니다. 식재한 식물들이 잘 작응하며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내일 한번 가보려구요 ㅎㅎ 잘 계시다 며칠있다 또 뵙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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