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정원치유 프로그램 3번째 만남_새와 나비를 정원으로 초대하기 그리고 장소 안도감
- 5월 30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일 전

[5월 봄의 프로그램 주제] 생명의 시작과 성장, 다시 정원으로!
[3회기 테마] 새와 나비를 정원으로 초대하기
[오늘의 정원활동]
정원 유희활동: 새모이집 페인트 칠하고 배치
가드닝 활동: 2주 전 오늘 파종한 씨앗이 얼마나 자랐는지 관찰하고 물주기, 산수국 (그늘식물) 우단동자 (양지, 반그늘식물) 식재
[3회기 개요]

맑음! 날씨가 참 좋았어요. 지난 주 같은 바람을 대비해윈드 브레이커로 나무를 고르고 있습니다만, 온실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비가 올 때도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유리창을 통해 햇살을 들일 수도 있을테니깐요. 랩걸: 이혜숙 & 김규리 (이이장), 송진희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코-크리에이터: 인지저하 어르신 10명
리빙랩실: 기장군치매안심센터 치유정원 (3층)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우리의 파트너: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한국에자이, 디멘시아랩(디랩,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


오늘도 어김없이 제일 먼저 오신 이종세 어르신, 저와 스몰 토크를 나누고 있습니다. 어르신은 경기고 고양, 거제를 거쳐 부산에 정착하셨고 눈치채셨겠지만 교회 목사님이셨습니다. 어제 모이는 줄 알고 오셨다가 그냥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지난 4월 화단 페인트 칠도 도와주시고 열정이 가득하시죠!
저와 스몰 토크를 나누고 있는 이종세 목사님. 오시면 늘 식물을 물끄러미 바라 보십니다.

정원가방을 자리에 놔두고 2주 전 파종한 식물들의 성장을 관찰하기 위해 통풍 두껑을 엽니다. 환기도 시켜주고 물도 줍니다.
처음엔 바람 때문에 미니 온실을 지면 아래로 살짝 묻어 앵커링을 시켰는데, 생각해보면 오히려 흙속의 지온이 씨앗들에게 더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글을 쓰기 전 잠시 정원에 다녀왔는데 글쎄, 발아기간이 길다는 라벤더도 싹이 나기 시작했더라구요.


초콜릿 레이스 플라워, 대충 봐도 이렇게 이쁜데 자세히 보면 숨이 멎을 수도 있습니다. 실로 코바늘을 떠서 여러가지 구멍뚫린 무늬를 만드는 것이 레이스죠. 그런 모양새 이구요. 꽃이 꽃대에 달리는 모습이 우산을 펼쳤을 때의 모습입니다. (사진출처: 구글)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우산형=산형과 꽃차례 (꽃이 꽃대에 달리는 배열 모양)이고 그래서 저희 로고에도 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우산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도 있고 그리고 테이블 위의 단짝 소금과 후추통의 구멍을 연상케도 하더군요.
돌봄 관계망의 공간적 구심점이 될 감각의 정원 로고와 산형과 허브 딜 (Dill) (사진출처: 구글)
다시 돌아와서,

그나저나 어르신들이 뭘 보고 계시는 걸까요? 저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물건...바로 온습도계의 뒷태죠.

온습도계를 보며 정원사의 모닝 루틴을 시작합니다. 온도, 습도 기록.

박혜숙 어르신은 그 사이 정원사 일기장에 꽂아둔 라벤더 책갈피의 향을 한번 맡아 보는데요. 지난 주에 라벤더의 향을 책갈피에 가두는 실험적인 작업을 했었죠.


자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앞치마부터 매고.

오늘의 정원 유희 (Garden Playfulness) 활동인 새모이집을 페인트 칠하고 배치하기부터 해볼까요? 이는 새소리로 어르신들의 청각을 자극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새의 움직임은 정원이라는 정적인 공간에 활력을 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지난 4월, 화단을 칠하고 남은 페인트_로즈 핑크, 엘로우 그린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새모이도 보이시죠.
마스킹 테이프를 페인트 칠할 면의 경계에 붙이고 설명합니다.
다들 멋진 화가가 된 거 같군요!



유심히 살펴보시는 송인덕 어르신, 살포시 화단에 내려놓는 정정순 어르신

이제 한 숨 돌리고,
오늘의 가드닝 활동은 지난 주에 식재한 식물의 이름표를 부착하는 작업으로 시작합니다. 밥티시아, 에키나시아, 은쑥이었죠? 지난 주의 기억을 되살려 제대로 한번 끼워볼까요? 둥근 고리가 있어 편리합니다.

참, 이번 주에는 새로운 교구를 도입했습니다. 바로 테이블 위 미니 칠판. 우리나라가 고향인 자생식물 (Native plants) 말고 해외에서 들어온 식물들의 이름은 발음이 쉽지 않죠. 그래서 이렇게 적어드렸습니다.

미니 칠판에 오늘 함께 식재할 식물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산수국과 우단동자.
산수국 (영어명: Mountain hydrangea, 학명: Hydrangea serrata)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자생식물로 '그늘진 계곡에서 다수가 군집을 이루고 건조한 바위틈이나 습한 계곡에서도 잘 자란다'라고 되어 있죠. (국가표준식물목록) 그래서 저희는 그늘공간인 입구 화단을 선택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높임형 화단이라 배수가 잘 되서 쉽게 건조해 지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흙의 조합으로 잡아 적절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가을에 맺히는 열매도 한번 지켜볼까요?

산수국, 자생식물
우단동자 (영어명: Rose campion, 학명: Lychnis coronaria)
은회색 펠트 질감의 잎과 붉은 기가 도는 자주색의 꽃은 아주 선명합니다. 제법 머리가 큰 수국의 꽃 사이에서 앙증맞게고 고개를 내밀겠죠. 양지식물이기도 반그늘식물이기도 한데 수국과 어떤 동반관계를 이룰 지 한번 테스트 해볼 생각입니다.
다들 칠판을 응시하며 식물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김미자, 정정순, 이춘희 어르신 세분이 키가 비슷하시군요.

우단동자의 펠트 질감을 한번 만져보세요. 우단은 비단, 동자는 동자승의 동자로 작다는 뜻이래.
총 4개의 화단에 5개의 산수국과 3개의 우단동자가 있는데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까요? 잠잠--
그래서 일단 산수국을 들고 계신 어르신들께서 4개의 화단에 산수국을 먼저 배치하고 2+1+1+1 (5개), 우단동자를 빈 공간에 넣었습니다. 우단동자의 숫자가 조금 모자라니 어떻게 하면 이쁘게 배치할 수있을까요?


오늘도 역시 식물이름표는 만들었지만 달지 않습니다.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주에 달기!

다 끝났으니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 또 적습니다. 추억을 남깁니다.



다음주에 식재할 식물들: 니포피아, 에키나시아 '팔리다'
참, 짜투리 시간에 라벤더도 심었고, 정말 오늘 열심히 했군요. 어르신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벤더의 새 식물명이 지난 주에 탄생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합니다. '나벤트'.

정정순 가드너님, 마지막으로 퇴근 하십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2018년 인거 같아요. 영국에서 지칠 때 프랑스 플럼 빌리지 (Plum village)로 리트릿(Retreat)을 다녀온 적 있었는데 그 때 산 풍경을 정원에 달아 두었습니다. 혼자서 사색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 두었으니 누구든 언제든 편하게 쉬었다 가세요.
포스팅을 하고 문득 생각이 들었는 데, 풍경을 단 것은 어르신들의 청각을 자극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지만 어쩌면 저만의 방식으로 이 공간에 대한 장소 안도감을 갖기 위한 행위였던 거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또 생기죠! 어르신들은 이 공간에 장소 안도감*을 갖고 계신 걸까요? 그들의 물건을 여기 이 공간에 가지고 오라고 할까요?
누구든 언제든 편하게 쉬었다 가세요.
*장소 안도감이란?
인간은 장소를 통해 정체성을 얻는다. 이를 장소 안도감(장소감)이라고 하는데 일본어 ‘이바쇼(居場所)’가 물리적인 장소뿐만 아니라 자기다움을 표현하는 소속감이 융합된 용어로 장소감을 뜻한다.
이 장소감은 장소 경험에서의 느낌(Feeling), 기분(Mood), 감정(Emotion), 정동(Affect)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노인 거주 장소는 집 또는 시설 중 하나이며,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기능의 장소, 타인에 의해 강요받는 고정된 틀의 장소다. 이 돌봄 필요 노인의 장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기 삶의 연속성으로서의 경험’, ‘세상과 연결되는 디딤돌’, ‘자기 쓸모의 유지’, ‘과거의 내가 존재하는 자리’,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곳’ 등이다. (출처: 디멘시아 뉴스)
p.s) 식물 물주러 갔다가 기장군 건강증진과장님을 한 날 정원에서 우연챦게 뵜습니다. MOU 체결 날 인사드리고 다시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이거 보니깐 옛날 어린시절 꽃 심던 시절 생각나요' 그렇죠? 피트 아우돌프 (Piet Oudolf)가 말한 바로 그 말이 참으로 증명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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