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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정원에 손님이 오셨어요.

  • 10월 18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26일


오늘은 서울과 대구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정원치유 프로그램을 후원해 주신 파트너 기업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관계자들이신데요, 정원치유 활동을 어르신들과 함께 체험하고 소통하면서 따듯한 시간을 선물하고자 시간을 내어 주셨습니다.


처음보는 얼굴이 서로에게 낯설지 않을 까 걱정했지만 모든 게 기우였습니다. 정원은 가을 향기 뿐만 아니라 진한 사람 향기와 온기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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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소중한 여러분


쑥스러운 듯 한 분 한 분 인사 드립니다.


"오늘 어르신들과 함께 정원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치매 파트너 플러스 '추억동행자' 자원봉사자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치매 파트너는 치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을 배려하는 따뜻한 동반자로 사회 곳곳에서 봉사하고 계시는데요, 오늘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관계자와 치매파트너 플러스 자원봉사자



이 날 프로그램이 끝나고 여느 때처럼 블로그를 적기 위해 작가님이 찍어 주신 사진을 살펴 보다가 유독 아래 사진에 눈길이 갔습니다. 여백 없이 꽉 채워진 이 공간이 마침내 쓸모를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작년 이맘 때 '사회적경제 SE 브릿지 공모전' 최종 심사 발표 시 인용독일 화가 아돌프 멘첼의 〈Afternoon in the Tuileries Garden, 튈르리 정원의 오후〉(1867)그림이 다시 떠올랐는데요. 멘첼은 다양한 연령, 계층,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이질감 없이 자유롭게 섞여 있는 파리 튈르리 정원의 어느 평범한 오후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 있죠. 뛰어노는 아이들, 여가를 즐기는 신사, 유모차를 끄는 여인, 빨간 풍선을 놓친 아이,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일상이 정원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계없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생동감을 이 사진에서 발견하고〈치유 정원의 오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몰론 이곳은 치유정원과 곧장 연결된 실내 쉼터이긴 하지만요) 어르신들이 치매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치매여도 함께 하는 돌봄 커뮤니티의 모습이 멘첼의 그림처럼 여기 부산 정관치매안심센터 치유 정원에서 구현되기를 바랬 던 것 같습니다.



사진 [치유 정원의 오전]과 아돌프 멘첼 [튈르리 정원의 오후]



그럼〈치유 정원의 오전〉사진을 자세히 살펴 볼까요?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담당 미미가 정관치매안심센터 선생님과 코너에서 미소를 띠며 담소를 나누고 있고 그 옆에는 영상 작가님이 활기찬 일상의 풍경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저와 치매파트너 자원봉사자, 한국에자이 손님들 몇 분은 어르신들의 앞치마 입기를 도와주고 있고 보조 선생님 모모는 어딘 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네요. 미미 옆에 미자 어르신은 쭈그려 앉아 정원 가방에서 앞치마를 찾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제각각 무언가를 하고 있어 부산하고 산만하지만 하나됨이 느껴지고 활기찹니다.


특별한 손님들이 오셨으니 그간 어르신들이 손수 가꾸어 온 정원에서 꽃을 커팅해 테이블 화병 장식을 해 보려 합니다. 절화를 시장에서 사지 않고 정원에 있는 자원을 그대로 활용하여 손님들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전해 보겠습니다. 화병의 높이를 고려하여 손바닥 두 뼘 길이로 식물을 자릅니다. 자를 때 색감, 질감, 잎과 꽃의 크기를 고려하면 좋겠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르고 나서 꽃의 색깔, 잎의 크기와 질감을 고려해 화병에 꽂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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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두뼘 길이로 잘라 주세요



손님과 짝이 되어 화병 함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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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길이가 조금 짧으니 요만큼 더 길게 잘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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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 어르신 커플의 즐거운 화병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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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만지는 섬세한 남자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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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가 오고 갔을까요?



역시, 그 어느 때 만큼 어르신들은 사진을 찍어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아름다운 꽃 앞에서 향기로운 나무 앞에서 가을의 나를 그리고 우리를 남겨 두고 싶을 테죠.



혼자서, 셋이서, 다 같이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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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과 함께 가을을 남깁니다.



한바탕 화려한 꽃놀이가 끝나고 이제 오늘의 가드닝 활동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 준비한 식물은 코스모스와 해국입니다.


가을하면 어떤 식물이 떠오르나요 라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코스모스와 국화를 말씀하셨죠. 여름날의 해바라기만큼 어르신들의 추억 속의 가을 식물인데요. 그래서인지 오늘, 코스모스를 집에 가져 가서 심고 싶어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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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와 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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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수와 해(변)국(화)



여러분은 코스모스 하면 어떤 추억이 떠오르세요?


저는 2019년 영국 Great Dixter House & Gardens에서 가드닝 견습생으로 있을 때 동료 가드너들과 함께 산책로 한 켠에 있는 조그만 화단 전체를 코스모스르로 식재한 기억이 있는데요, 그 기억 때문인지 오늘은 제법 풍성해진 어르신들 화단이 아닌 정원 제일 뒤쪽 다소 비어있는 우리들의 실험 화단을 코스모스로 채워보겠습니다. 한가지 종류의 식물을 심는 단일종 식재는 심플하지만 비주얼적 통일감이 느껴져 인지저하 어르신들이 정원을 산책할 때 내가 지금 어디 쯤에 있는 지를 코스모스 화단을 통해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코스모스 길 (영국 Great Dixter House & Gardens, 2019)



코스모스를 심어볼까요?


정원의 제일 뒤에 위치한 실험 화단의 한쪽 면이 벽과 맞닿아 있어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붙어 식물을 심고 있습니다.


정원 제일 뒤쪽 실험 화단을 코스모스로 채웁니다.



놀랍게도 화자 어르신은 왼손을 벽에 의지하며 오른손으로만 식물을 심고 계시죠. 간혹 현장에서 놓친 장면을 사진으로 보고선 감동하는 순간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화자 어르신의 한손 가드닝 모습과 벽에 남겨진 손자욱을 보면서 잠시 뭉클했습니다. 얼마나 헌신적으로 정원을 가꾸시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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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 어르신의 벽에 남겨진 수고의 손자욱,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음은 해변국화입니다. 국화는 국환데 해변국화라고?

네, 해국입니다.


제주도와 전국 바닷가의 절벽 바위틈에 자생하는 반목본성 초본인데요. 바다가 매력적인 부산의 정원과 아주 잘 어울리는 소재로 줄기가 아주 단단합니다. 단단한 줄기 끝에 더없이 하얀 순백색의 꽃이 피어나는데, 바람에 취약한 부산의 옥상정원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죠.



보름달이 뜨는 날, 달빛해변산책의 길잡이가 되어 줄 해국



해국은 조별 화단에 빈공간을 찾아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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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 후 화단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나무는 금목서 입니다.


실은 정원치유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10월의 향으로 계수나무를 선정하고 달콤한 솜사탕 향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으나 금목서의 향도 비할 데 없이 황홀합니다. 금(金)목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을과 초겨울에 주황빛 황금색 꽃이 핍니다. 꽃이 진 후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자주색 열매가 섬세하고 풍성한 가지에 맺히고 겨울 내내 잎은 푸르니 언젠가는 있을 저의 정원 한 켠에 꼭 식재하고 싶은 작은 키 나무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한차례는 내릴 부산의 겨울 눈이 잎에 살포시 내려 앉아 차고차곡 쌓이는 것을 상상하면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는데요.


금목서의 향을 지면으로나마 전합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은 어르신들이 가장 소중한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 아주 중요한 인지 능력 중 하나인데요. 정원 치유는 식물이 가득한 공간에서 계절의 향과 색으로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단풍은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의 레이어로 색의 변화를 느끼게 하죠. 여기 정원에는 층꽃나무 잎의 색 변화가 가을이 왔음을 알아차리게 해 줍니다. 잎이 초록색에서 붉은 색으로 하나둘씩 서서히 변하는 기 시작했습니다. 식물 전체에서 나는 난초향을 잎으로 맡아보기로 합니다. 금목서의 향과 함께 이곳 정원은 가을의 색과 향으로 점점 무르익고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잎이 떨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화려한 색을 뽐내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봄에 피는 꽃에 비유해 가을을 두번 째 봄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우리는 지금 올해의 두번 째 봄,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중입니다.



층꽃나무 잎의 색 변화와 향기로 가을을 느낍니다.



손님을 위해 테이블 센터피스로 만든 화병 장식은 사진으로 보니 아주 풍성하고 화려합니다. 화병 주위로 모여 앉아 오늘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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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화병에 둘러앉아 오늘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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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화병



오늘은 추석 쇠고 처음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얼마남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사진을 찍어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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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흰색, 분홍), 해변국화 (흰색), 금목서-처음 느낀 나무 이름



처음 향을 맡아보기, 금목서 새로운 향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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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국화 (흰색), 코스모스 (흰색, 분홍, 자두), 금목서 (주황색, 달콤한색)



코스모스, 해변국화를 심었습니다. 재미있어요. 금목서 향기가 좋다. 다음에는 꼭 참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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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 향기가 좋다



여러 손님 즐거웠습니다. 대구에서 많은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정말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대구가 고향인 화자 어르신은 유독 대구 손님들을 반가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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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해변국화 (흰색), 층층꽃



추석에 우리 며느리, 아들, 손자 오니까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오늘 추석을 쉬고 오니 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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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수모수, 회변국화, 칙칙꽃



오늘은 추석 지나고 사람도 만나고 반가워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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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석, 코스모스 (분홍), 해변국화 (흰색)




꽃을 소중히 가방에 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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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즐겁게 화병에 담아 갑니다.



오늘 먼길 마다 않고 우리의 정원을 찾아와 주신 한국에자이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 16번 중 2번의 만남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남은 2번의 만남은 또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 지 기대해 주세요.


[감각의 식물]

  • 코스모스: 한해살이풀 코스모스는 파종부터 개화까지 비교적 빠르고 관리가 쉬워 성취감을 주기 좋습니다. 다음 정원치유 프로그램에서는 봄에 씨앗을 뿌려 보겠습니다. 꽃을 피우는 가을까지의 변화를 관찰, 기록하면서 기대감과 더불어 시간의 흐름을 인식할 수 있겠죠.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섬세한 움직임은 마음의 긴장을 풀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 해국(해변국화): 해변국화는 건조·염분에 강하고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꽃으로 관리가 쉽습니다. 가을 국화 특유의 은은한 향과 함께 후각 자극을 통해 가을의 냄새 혹은 이름 그대로 바다의 기억을 연상시키는 활동과 연결 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함께 합니다]

  • 랩걸: 이혜숙 & 모모 (이이장), 송진희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 코-크리에이터: 정정순, 김미자, 김영택, 송옥선, 김화자, 박혜숙, 최원순, 송인덕

  • 리빙랩실: 기장군 치매안심센터 치유정원


[우리의 파트너]

  •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우리의 파트너: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한국에자이, 디랩 (디멘시아 랩,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


[우리의 가설]

  • 감각의 정원 생활권 내에 조성하여 정원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치매인들이 안전하게 웰빙을 즐기며 가족,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치유적 환경이자 돌봄 관계망 구축의 공간적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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