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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Ep.12 정원은 오늘 보랏빛 입니다.

  • 10월 3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일 전


오늘은 반가운 얼굴, 혜숙 어르신이 다시 합류하셨습니다. 10명의 어르신 중에 가장 젊은 동생인 혜숙 어르신은 지난 6월 요양보호사 공부를 위해 잠시 떠났었는데요, 다행히 공부를 무사히 끝내고 합격의 영광을 안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오실 까 궁금했는데 서프라이즈 등장은 말 그대로 예기치 않은 기쁨을 안겨 주네요. 박수도 치고 손도 붙잡고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안부를 물으니 공부가 힘들어 입술도 부르트고 현장실습으로 온 몸이 녹초가 되었다 하십니다.


그래서 이곳 치유정원에서의 힐링이 다시 필요했던 걸까요?


잘 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소중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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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숙 어르신의 귀환을 저희도 환영합니다.


혜숙 어르신이 들어오실 때 저희는 지난 시간, 화관 만드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감상하고 있었는데요. 어르신들이 꽃 왕관 쓴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어하셔서 사진을 인화해 선물로 준비하였습니다. 지금 껏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번처럼 강력하게 사진을 요청하신 적은 처음이어서 무척 흐믓했죠. 권력과 권위를 상징하거나 아름다움을 찬사하기 위한 왕관은 아니지만 경외 시 되는 오브제로서의 왕관을 꽃으로 만들어 써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 그래서 새로운 나를 거울에 비춰보는 느낌이 다소 특별했나 봅니다. '기억하는 나는 사라지지만 경험하는 나는 남아있다' 라는 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위선 저)이라는 책속의 문구처럼 어르신들에게 이 순간이 아름다운 경험으로 마음에 남아있길 바랍니다.



화관의 추억



가을은 열매와 결실의 계절입니다. 꽃이 진 후 맺힌 다양한 색감의 열매는 가을에 또 다른 시각적 기쁨을 선사하죠. 감각이 무뎌져가는 어르신들의 오감 자극을 통해 인지 건강을 도와드리고자 디자인된 정원 치유 프로그램은 오감이기억의 채널이자 트리거라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오감을 통해 들어온 작은 경험에서 기억은 시작됩니다. 꽃의 향기, 잎을 만졌을 때의 감촉, 햇살의 따스함 같은 감각들은 뇌 속에 저장되어 행동을 이끌고 언어로 표현되며, 시간과 장소, 사람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정원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삶의기억과 지남력을 지켜주는 치유의 장이 됩니다.


정원 치유 프로그램에서 시각 자극은 꽃, 잎, 열매, 수피, 줄기의 색감이 계절의 변화와 함께 어떻게 변화되는지 관찰을 통해 인지하고 기억하고 회상으로 연결합니다. 매주 마무리 루틴으로 그날의 활동을 정원사의 일기장에 기록하는 것은 1년 후의 내가 지금의 우리를 떠올리는 단서가 될 자기 표현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가을하면 떠오르는 단풍, 국화, 코스모스도 친숙해서 좋지만 오늘은 보랏빛 열매가 맺힌 좀작살나무를 가지고 왔습니다. 5~6월에 피는 꽃을 보지 못하고 바로 열매의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과연 어떤 꽃에서 이런 고귀한 색감의 열매가 나왔을까 그 변화를 상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실까요? 꽃을 머리속으로 한번 그려 보시죠. 좀작살나무 뿐만 아니라 다양한 꽃과 열매를 매칭시키는 퀴즈를 만들어 원인, 결과적 사고 자극 뿐만 아니라 연상 기억과 시각적 인지도 도울 수 있고 이를 색, 형태, 질감을 표현하는 드로잉 활동까지 연결한다면무척 흥미로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 꽃, 러시안 세이지와의 조합 (오른쪽)



가을인데, 보라색? 좀작살나무 열매를 보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신 옥선 어르신은 난리가 났습니다. 너무 이쁘다고 요리조리 뜯어보고 그리고 사진을 찍고 싶으신지 작가님을 부르시네요. 열매가 맺힌 모습을 보고 무엇이 떠오르는 지 여쭤보니 옥선 어르신은 작은 보라색 구슬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라고 하시고, 미자 어르신은 보라색 포도송이 같다 라고 하십니다. 생각해보니 여기 정원에 심어 놓은 작은 산머루 열매에 더없이 영롱한 보라색을 입힌 모양새 입니다. 거의 완벽한 구 모양과 심플한 곡선으로 맘도 몽글몽글 해지는 것 같습니다.




산머루 열매와 좀작살나무 열매 (오른쪽)




좀작살나무에 한눈에 반한 옥선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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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좀작살나무에 얼굴이 가려져도 좋다는 어르신들



열매도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으니 이제 좀작살나무를 정원에 심으러 가볼까요? 우선 화분 밖으로 살짝 나와있는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히 화분을 돌려가며 오물딱 조물딱 눌러 식물과 화분을 분리시켜 빼 냅니다. 그리고 화분에 담겨있던 식물의 높이 만큼 구덩이를 파고 안착한 후, 뿌리가 흙과 잘 밀착될 수 있도록 구덩이 주위, 지상부를 꼼꼼히 흙으로 채우고 관수하면 끝.



보라색 구슬이 떨어지지 않게 좀작살나무 식재



두번째 식물은 바로 꿩의비름 입니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인 9월에서 10월 사이 꽃을 피우는 다육성 식물로 두툼한 잎 속에 수분을 저장해 두므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어도 살아갈 수 있는 건조에 강한 식물입니다. 식물 전체가 크림 연두빛의 밝은 색감으로 어두운 공간을 환하게 밝혀 주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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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다육질의 꿩의 비름



식재 공간의 시야 확보를 위해서 사방으로 퍼져 있는 니포피아 잎을 하나 뚝 끊어 가우라를 머리 묶듯이 단정하게 묶습니다. 확보된 공간에 꿩의비름 성장 높이와 너비를 고려하여 위치를 잡습니다. 그리고 구덩이를 파고 식재합니다. 어르신들의 손이 이제 능수능란 하죠?



가우라는 묶고 시야와 공간을 확보한 후 꿩의 비름 식재



긴 추석연휴가 지나고 개화할 꿩의비름 꽃이 벌써 기대되는데요. 우산 모양으로 상부가 도톰한 꽃송이는 생육기 내내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기 때문에 관리를 거의 안해도 되니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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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처럼 상부가 도톰한 꿩의 비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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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히 가을화단을 가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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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 후의 기쁨, 춘희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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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 후 쉼이 필요한 미자 어르신



정원치유 프로그램은 감각의 식물 (Sensory Plants)로 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인지건강 개선 뿐만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가드닝 활동을 통해 일상의 활력을 되찾아 주기도 합니다. 정원사의 일기장을 보니 '오늘 땀 좀 흘렸다'라고 적으셨는데요. 모두들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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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작살나무 보라색 열매 심고 만져보고. 오늘 땀 좀 흘렸다.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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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 좋았다. 오늘 혜숙이도 나왔다.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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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작살나무 심었다. 보라색 나무 참 좋았다. 좀 땀이 났다. 즐거웠다.


어르신들 덕분에 가을 정원이 차근 차근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좀작살나무와 꿩의비름 이름표를 달면서 꽃도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

늦지 않게 오세요!



오늘의 가을 정원




[감각의 식물]


  • 좀작살나무: 낙엽 떨기나무*로 높이는 1~1.5m, 꽃은 5~6월에 핀다. 구슬같이 작고 묘한 보랏빛 색감을 자랑하는 열매가 9~10월에 맺힌다. '식물성 구슬'이라고 불리는 열매는 새들의 겨울 식량이 되어 주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이 가득한 정원을 조성하기에 좋은 소재다. (떨기나무*: 키가 크지 않고 지상부에서 여러 줄기가 나와 덤불처럼 자라는 작은키나무 혹은 관목을 말한다.)


  • 꿩의비름*: 늦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벌, 나비, 꽃등에 등 다양한 곤충을 불러 모으는 밀원식물이자 건조에 강한 다육성 식물. 산과 들의 초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전체가 밝은 녹색이다. 줄기는 곧추서며 품종에 따라 분홍색 또는 붉은빛이 도는 흰색의 꽃이 핀다.


[함께 합니다]

  • 랩걸: 이혜숙 & 모모 (이이장), 송진희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 코-크리에이터: 초기 인지증 어르신 6명 (이춘희, 송옥선, 정정순, 김미자, 김화자, 박혜숙)

  • 리빙랩실: 기장군 치매안심센터 치유정원

[우리의 파트너]

  •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우리의 파트너: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한국에자이, 디랩 (디멘시아 랩,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

[우리의 가설]

  • 감각의 정원 생활권 내에 조성하여 정원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치매인들이 안전하게 웰빙을 즐기며 가족,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치유적 환경이자 돌봄 관계망 구축의 공간적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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