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정원치유 프로그램 6번째 만남_우리의 손과 마음이 할 수 있는 일 | 색 선호도 조사 | 정원 초대 7월 1일
- 6월 20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일 전
오늘의 블로그는 흥에 겨워 즐거운 포즈를 취하고 계신 김영택 어르신의 사진으로 문을 엽니다. 자세히 보시면 어르신의 한쪽 손에는 회향 (Fennel, 독특한 향이 나는 허브)의 노란 시든 잎과 정원의 잔재물이, V자를 그린 또 다른 한쪽 손에는 전지가위가 들려 있죠. 시선은 왼벽하게 사선으로 내려 꽂혀 있구요. 저도 덩달아 신이 나는 완벽한 정원 그루브 입니다.

[6월 초여름 프로그램 주제] 풍요로움과 생동감
[6회기 테마] 초여름 화단 정리와 식물 액자 전시 준비
[오늘의 정원활동]
가드닝 활동: 시든 잎과 꽃대 제거, 씨앗을 맺기 시작하는 식물 관찰
정원 유희활동: 정원에 심은 라벤더와 절화를 활용한 식물 액자 만들기
[6회기 개요]
일시: 2025년 6월 17일(화) 9:30~11:30
랩걸: 이혜숙 & 김규리 (이이장), 송진희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코-크리에이터: 초기 인지증 어르신 7명
리빙랩실: 기장군 치매안심센터 치유정원 (3층)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우리의 파트너: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한국에자이, 디멘시아랩(디랩,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
본격적으로 내용을 펼치기 전에 유독 이번 회기의 사진에서는 손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 데요, 시든 잎을 들고 있는 손, 그들을 자르는 손, 식물을 만져보는 손, 무언가를 가르키는 손, 박수치는 손, 스트랩을 단단히 묶는 손, 압화틀을 누르는 손, 그리고 마른 식물 소재를 동료 어르신에게 건네는 손
우리의 손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고 결국 그 손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머리와 마음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이번 블러그의 사진에서는 어르신들의 손이 식물과 동료와 그리고 저희와 어떤 교감을 이뤄내는지 한번 눈여겨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원 산책과 여름 화단 정리
여느 때와 달리 오늘은 책상에 앉아 일기장을 꺼내 온습도를 체크하는 가드너의 루틴을 스킵하고 정원을 산책하면서 지난 6번의 만남을 통해 심고 가꾸어 온 식물의 변화상을 천천히 살펴보기도, 화단을 정리하기도 그리고 손으로 더 느껴보기로 합니다.
이 곳은 에키나시아의 라이프사이클을 한번에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꽃망울이 맺히고 개화하고 꽃잎이 지는 변화상을 계절의 흐름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어르신들의 지남력 (시간, 장소, 상황이나 환경을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을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되었죠. 꽃잎이 다 떨어져도 자르지 않고 남겨두면 골무같이 생긴 씨송이를 가을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에키나시아의 라이프사이클을 한번에 관찰할 수 있는 화단
불도저 같은 에너지로 식물 심기를 좋아하시는 미자 어르신이 '어 여기에 노란 띠 무늬가 있네' 하며 뭔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는데요, 바로 에키나시아의 꽃가루 (Pollen)입니다. 머리에 금색 왕관을 쓴거 같기도 하구요.

자, 그럼 여기서 돌발퀴즈!
3주전에 식재한 식물이 씨앗을 맺기 시작했는데요, 이 식물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갈변한 꽃잎 밑 부분을 자세히 보면 씨방이 있던 자리에서 씨앗이 맺히고 있고 아직 진 꽃잎들이 너덜너덜 달려있기도 합니다. 정순 어르신이 저의 설명을 귀기울여 듣고 있네요!
니포피아에 씨앗이 맺히기 시작했어요, 줄기는 너무 단단해서 테라스 바람에도 끄덕없습니다.
정답은 강렬한 햇불같은 꽃차례와 색을 지닌 니포피아 (아래 이미지) 입니다.
새들이 수분을 돕는 조매화로 작은 새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줄기가 굵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죠. 제가 한 손으로는 씨앗을 가르키고 다른 손으로는 줄기를 잡고 있는데요, 어르신들한테 한번 잡아보시라고 한다는 게 감빡 했네요.
강렬한 햇불같은 꽃차례와 색을 지닌 니포피아
에키나시아의 단단한 중심부를 만져보면서 촉각을 자극합니다. 영어이름 콘 플라워=Cone Flower 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스크림 콘 혹은 저는 골무가 연상되는 데요, 어쨌든 돌출된 모양새라 수분을 하기에도 편한 구조입니다.
에키나시아 촉감놀이
어르신들의 손이 바삐 움직입니다.
가드닝을 할 때 아시겠지만 정말 다양한 신체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데 그레잇 딕스터 정원 (Great Dixter Gardens)에서 높은 화단의 뒷쪽에 식물을 심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쪽 다리를 화단에 올리고 몸을 숙이면서 뒷쪽으로 팔을 내미는 고난위도의 몸동작을 하게 됩니다. 주위에 식물들도 우거져 있어 시야 확보도 쉽지 않고 난관이 많지만 스트레칭이 확실히 되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오늘은 가드닝 포지션의 새로운 종목이 탄생한 거 같아요! 바로 코너링 가드닝. 화단의 코너는 어떻게 보면 데드 스페이스 이기 때문에 쉽게 놓칠 수 있는데 매의 눈으로 상한 잎을 찾아 컷팅하고 있는 정순어르신이 사진에 포착되었습니다.
밑둥의 잎은 축축한 흙에 닿아 상할 수가 있죠. 식물 위생을 위해 잘라줍니다.
참, 정원에 머루를 심었다는 얘기를 안 한 거 같아요. 시장에서 머루를 보자마자 냉큼 사버렸는데요, 역시 그레잇 딕스터 정원 (Great Dixter Gardens)의 정원사 헛간 한쪽 벽면에는 머루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 위해 헛간으로 모여드는 정원사들이 대부분 지나쳐 가는 이 좁은 길은 머루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딕스터 정원의 장면 변화 =시퀀스(Sequence)는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죠.

오감 중 미각을 위해 선별한 머루의 녹슨 듯 변하는 큰 잎의 색과 질감 그리고 여름에서 가을까지 머루가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려고 합니다. 텃밭 경험이 있으신 영택 어르신이 머루주를 만들어 먹자고 하시네요! 야생화와 채소들이 함께 공생하며 어우러지는 키친가든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여름의 강렬한 햇살을 받아 잘 자라주길...
가을에 검게 익을 머루를 기대하며
땅콩도 있긴 있네요. 6주 전 어르신들이 파종한 개체들을 살펴보면서 인큐베이팅 실에서 나와 이제 더 와일드한 세상으로 나갈 모종들을 골랐습니다. 다음 주에는 귀여운 땅콩을 화단에 옮겨 심기로 했구요.
꽃 액자 만드는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정원에 심은 혹은 심을 식물을 이름만 간단하게 리뷰해 보겠습니다. 상반기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는 블로그를 적을 예정이니 참고해 주세요!

에키나시아, 여우꼬리 보리사초, 벼룩이 울타리, 버들 마편초 (버들은 꽃 액자 소재로 활용)
드럼 스틱 (골든 볼), 에키나시아, 긴산꼬리풀

자, 대망의 꽃 액자 만들는 시간!
지난 주 압화 틀에 보관한 식물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요? 너무 궁금하죠? 다행히 아직은 장마가 본격적이지 않아 큰 탈없이 잘 마른 거 같아요 :)
인덕 어르신이 말린 꽃 소재에 문제가 생겨 정순 어르신이 하나를 건네주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구요. 이를 보며 옆에서 박수를 치는 혜숙 어르신 그리고 멋지게 배치하는 인덕 어르신, 모두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의 작품설명과 더불어 터져나오는 박수와 기념사진
이제 액자 1개가 완성되었고 전시를 위해 2개를 더 만들어야 하니 오늘은 새로운 소재를 프레싱 합니다. 정원에서 컷팅한 소재와 드라이에 용이한 절화를 시장에서 사왔는데요,

정원에서 컷팅한 라벤더, 샤스타 데이지, 정원에서 컷팅한 노란색 회향, 절화시장에서 구입한 스타티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정원에서 컷팅한 라벤더, 살짝 얼굴이 보이는 샤스타 데이지, 끈으로 단단히 묶기 (왼쪽부터)
있는 힘을 다해 끈을 단단히 묶는 데 정말 진심인 우리 어르신들, 멋져요!
이렇게 단단히 힘을 줘서 프레싱을 하는 데, 안 이쁠 수가 없겠죠?
다음 주는 화요일인 아닌 월요일에 액자 수업만 단독으로 실내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전시를 위해서 2개를 완성하려면 어쩔 수가 없네요. 이번이 몸풀기 였다면 중간 사이즈와 더 큰 액자로 대담하게 한번 가 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마지막으로, 어르신들 정원 일기장 적기 루틴과 페인트 색 선호도 조사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4월 코-페인트 (Co-painter) 종세, 혜숙, 정순 어르신 3분과 함께 정원 화단을 새롭게 단장했죠. 저와 규리 디자이너가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시각적 네비게이션 역할을 할 페인트 색을 고르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사전에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이제라도 칠한 페인트 색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하면 어떨까 해서 진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시작될 조광페인트와의 '인지증 어르신을 위한 색채 팔렛트 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을 위한 간단한 레퍼런싱이라고 할까요. 물론 정원에서 햇살과 함께 할 때, 그리고 식물의 색과 어우러질 때의 색 선호도는 또 다를 수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총 7분이 참여하셨고 아래 결과를 확인해 주세요.
빨간색, 파란색__선호도 1위 각 3명
연두색 선호도__2위 3명
핑크색 선호도__1위 1명, 4위 6명
어르신들, 오늘 정원 산책도 하고 꽃 액자도 만들었는데 어떤 기분이셨을지 한번 보겠습니다.
'정원 정리를 하였습니다. 산머루를 보았습니다. 종소리를 아름답게 들었다. 아름다운 꽃 액자를 만들었다. 진희 선생님이 운을 띄워 만든 은쑥 이행시=은은하게 쑥스럽다' :)
'액자를 만드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엔돌핀이 생긴다'

나가는 길에 춘희 어르신에게 작약을 귀에 꽂아주려는 영택 어르신, 부끄부끄 입니다. 너무 귀여우시죠? ㅎ
그럼 , 다음 주 월요일에는 뽀송뽀송한 실내에서 꽃 액자 작품 만들기에 집중해 볼께요. 다들 조심히 오셔요 :)
[공지]
7월 1일(화), 상반기 마지막 회기에 아래의 우리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조그만 파티를 준비하려고 하는데요, 누구든 환영입니다. 어서와요 소중한 당신!
우리의 가설: '감각의 정원을 생활권 내에 조성하여 정원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치매인들이 안전하게 웰빙을 즐기며 가족,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치유적 환경이자 돌봄 관계망 구축의 공간적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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