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정원치유 프로그램 4번째 만남_어르신 네 분과 '속닥속닥 여름정원' 만들기 | 사진이라는 미디움의 힘 | 임팩트 스퀘어 AC 정원 실사 | 조광페인트 협업
- 6월 6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7일
상반기 8번의 만남 중 오늘은 4번째 날.
매주 화요일, 9:30~11:30의 만남은 대통령 선거로 인해 수요일로 변경되었습니다. 9시 5분, 10분, 15분이 지나도록 늘 제일 먼저 출근하시는 이종세 어르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집니다. 덕분에 오늘은 박혜숙 어르신이 제일 먼저 도착하셨네요. 이어 김미자, 송인덕, 송옥선 어르신.
인덕 어르신, 안녕하세요. 오늘 이쁜 핑크 모자를 쓰고 오셨네요!
오늘은 이렇게 네 명의 어르신과 '속닥속닥 여름정원'을 만들려고 합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정원 활동을 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로맨틱 하죠. 미리 날씨를 체크하고 여름정원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역대급 식물 컬렉션을 야심차게 준비했는데...아쉬운 마음입니다.
The show must go on!
박혜숙 어르신, 김미자 어르신은 오시자마자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아 식물을 더 가까이 맞이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라는 말이 실감나죠. 후각 자극도 중요하지만 첫 눈에 (색이나 형태로) 시각적 임팩트가 확실한 식물이라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을텐데요,
길게 뻗은 꽃대에 사탕같이 생긴 노란색 꽃이 달린 식물은 드럼스틱 (Drumstick) 입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북채죠. 형태의 단순함과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만져보면 정말 단단합니다.
드럼스틱 옆에 꽃잎이 마치 펄럭이는 나비처럼 생긴 꽃은 흰가우라 입니다. 나비의 우아함이 느껴지죠. 한글명은 나비바늘꽃입니다. 사진을 보니 드럼스틱의 단단함 옆에 흰가우라의 유연함이 멋지네요. 드럼스틱의 노란색 꽃과 흰가우라의 X자 모양의 노란색 수술이 컬러 매칭이 되기도 하구요!
미자 어르신은 오늘 유독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모습이 많이 포착되는데요,
강렬한 햇불같은 꽃이 달린 식물은 니포피아 입니다. 새들이 수분을 돕는 조매화로 작은 새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줄기가 굵고 단단한 것이 특징으로 옥상의 거센 바람에도 끄떡 없겠죠.
옥선 어르신이 '보리 같기도 하고~~' 라고 말씀하신 식물, 바로 여우꼬리 보리사초 (Foxtail barley)죠. 미자 어르신이 만져보고 계십니다. 여우 꼬리 모양이 인상적인 식물로 가벼워서 바람에 잘 흔들리는데 마치 추상화를 그리는 붓질을 하는 거 같습니다. 비가 오면 쓰러지기도 하지만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강인함도 있습니다.
식물을 심고 물을 주는 정원사의 루틴은 오늘도 이어집니다. 흰 가우라 보이시죠?
개인적으로 식물 물 주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오늘도 낮의 열기가 서서히 빠지는 늦은 오후부터 어둠으로 바뀌기 전의 초저녁까지 쉬엄쉬엄 물을 주는데 마음이 차분해 지더군요. 화이트, 베이지 톤의 식물들이 가득한 화이트 가든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 꼭 산책을 해 보셔야 하는데 빛이 사라진 정원에서 흰색은 더 선명하게 존재감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검은 어둠속에서 흰 색이 빚어내는 황홀감은 이루 다 말 할수 없고 거기에 향기까지 더해지면 아마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죠!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흰가우라가 그렇게 빛났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정원 유희 활동은 지난 주에 식재한 라벤더를 커팅해서 향을 맡고 한번 그려보기로 하는데요.
정원으로 나가기 전, 우선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라벤더 롤온 (구슬이 달려 있어 손목이나 귓볼 뒤에 문질려 향을 즐길 수 있는)을 나눠드렸습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향을 음미하고 옆 친구의 귓볼에 발라 주기도 합니다. 물론 라벤더 식물의 향과 비교가 되진 않지만 라벤더 향을 맡고 싶을 때 호주머니에서 꺼내 한번 발라 보세요! 어, 사진을 보니 향을 맡을 때는 다들 눈을 감으시네요 :)
이제 라벤더의 향을 기억한 후, 정원으로 나가 라벤더를 식재한 위치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전지가위로 꽃대를 잘라왔죠. 한번 보실까요? 스케치북에 배치하고 상하지 않게 투명필름을 덮습니다. 자잘한 식물을 더 세부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확대경도 이용합니다.
집중하시고 즐기시는 모습이 멋지세요.
이렇게 완성되었죠!
한 개의 화분에 라벤더를 중앙에 그린 후, 상상을 보태 양쪽에 라벤더 잎줄기와 화분을 그리신 송옥선 어르신
커플 라벤더를 올망졸망 그리신 박혜숙 어르신, 어깨에 기댄 듯 살짝 꽃이 기운 모습도 앙증 맞네요.
수명을 다해가는 그린색 싸인펜이 운치를 더해 줍니다. 그리고 양쪽 밑에 키작은 라벤더 잎을 그리신 송인덕 어르신
두 개의 다른 색 화분에 귀여운 라벤더 트윈을 그리신 김미자 어르신
다들 수고하셨고,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일기장을 훔쳐볼 시간!
늘 깊은 울림과 즐거움을 주는 문구들이 가득한데요, 특히나 오늘은 송인덕 어르신의 이 문구를 읽어 드리고 싶습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이런 환상적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매우 즐겁고 이렇게 꽃을 그리는 시간을 갔는게 매우 행복하다"

어릴 때 너무 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항상 즐겁다. 휘파람 소리 (정원에 걸어 둔 풍경소리를 듣고 휘파람 소리라고 표현), 시간이 바쁘다 (바로 뒤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 맘이 급하심), 행복합니다.

오늘은 꽃중에서 노란색 (드럼스틱을 말하시는 거 같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라벤더 향기가 좋았습니다.

어르신들 다 뵙지 못해 아쉬웠지만 네 분의 어르신을 조금 더 친밀하게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여기 지금 (Here and now)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다음 주에는 모두 다 뵐 수 있길 바랍니다.
사진이라는 미디움의 힘
오늘은 새로운 사진 작가님이 오셔서 촬영 환경을 테스트하고 합을 맞춰 보기로 한 날이기도 한데요.

지난 3월 치매케어학회 아카데미에서 어르신들의 낯선 장소에 대한 안도감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보여주신 브라질 사진작가 카로우 셰지아 (Carol Chediak)의 한국 사진전 '아마도 여기 (Possibly, here)'에 전시된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지난 4월 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의 사회적가치 확산을 위한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공모에 지원하였습니다.
치매라는 단어의 무게감, 진중함, 두려움을 사진이라는 미디움을 활용해 위트있게 풀어내고 이를 통해 치매의 사회적 오명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라고 제안을 하였고 감사하게도 사진작가님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펼쳐질 지 저도 궁금한데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임팩트 스퀘어 AC (엑셀러레이터) 투자 관련, 기장군 치매안심센터 치유정원 실사
2주전 오늘은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임팩트 스퀘어 투자총괄 이사님과 기장군 치매안심센터에서 투자 관련 미팅을 한 날이죠. 우리의 리빙랩실인 정원을 함께 둘러 보면서 정원 리모델링 내용과 정원 치유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 다시 한번 설명드리고 작년 8월 전국사회적기업 투자유치역량강화 IR대회에서 맺은 연을 이어갔습니다.
사회성과연계채권 (SIB, The Social Impact Bond)에 대한 안내와 더불어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은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자연과 자연이 있는 공간의 치유력에 대한 깊은 공감을 지닌 엑셀러레이터를 만나 감사하고 저희의 퍼포먼스를 계속 지켜보며 연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했다는 것이 성과인거 같습니다. 그 동안의 우리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계속 화이팅 해 보겠습니다.
조광페인트와의 협업 Possibly, Yes
6월 9일은 부산에 본사를 둔 글로벌 화학기업 조광페인트와의 협업 가능성을 두고 사전 조율 미팅이 있습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한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공모에 '인지증 어르신과 디자이너의 든든한 색채 파트너가 되어 주세요'라는 메시지로 제안서를 냈고 어르신을 위해 시각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조성을 위해 색채 팔레트를 개발하고 공간을 구해 실증하는 것까지의 여정이 11월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 입니다.
지난 4월 기장군 치매안심센터 테라스 정원의 페인트 색을 결정하고 구매는 과정에서의 경험이 좀 더 전문적이고 순조롭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요, 마치 운명?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마중물이 되어 주신 우리의 파트너,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한국에자이, 디멘시아랩(디랩,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누구든 언제든 오셔서 편히 쉬었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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