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7. 정원치유 프로그램 7번째 만남_방학이라니 아쉽다 | 인덕 어르신의 미소 | 늘어나는 정원식구 | 정원 초대 7월 1일
- 6월 27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시간 전
안녕하세요!
오늘은 상반기 8번의 만남 중 7번째 날입니다. 여름 방학을 코 앞에 두고 있죠.
마침 비 예보도 있고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 (7/1) 상반기 마무리 파티에 전시할 식물 액자를 몇 개 더 만들어야 하는데요, 지난 주 워밍업에 이어 오늘 어르신들의 손재주가 얼마나 말랑말랑하게 빛났는지 먼저 살펴 보겠습니다.
오늘의 인트로 사진 픽은 인덕 어르신의 4장 연속 컷입니다. 작가님이 찍어주신 사진을 몇 번 훑어 보면서 어느 새 인덕 어르신의 얼굴 표정과 손 모양의 변화가 눈에 들어왔고 이를 지켜보면서 오히려 제가 따듯한 위로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청력이 약해 입모양을 보고 상황을 판단하시는 어르신은 유독 무엇을 만들 때 누구보다 집중하시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인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완성된 액자를 보고 미소와 손으로 만족감을 표현하는 인덕 어르신
프로그램이 끝나고 인덕 어르신의 일기장이 문득 궁금해 졌죠.
시원시원한 필체에 '황홀하다', '엔돌핀이 생긴다'와 같은 범상치 않은 단어들이 팝콘처럼 튀어나와 읽는 기쁨을 선사해 주시는데 문득 이러한 단어들을 거리낌없이 구사하시는 어르신의 처녀시절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화요일 1:1 행복 인터뷰 (이른바 만족도 조사)에서 조심히 그녀의 장기기억을 꺼내보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습니다.
안 알려주면 안되요?
어르신들과의 첫번째 만남에서 기억하시겠지만 옛 사진을 가지고 와서 서로를 소개하였습니다. 누구한테는 사진은 행복한 장기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누구한테는 떠올리기 싫은 반대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만병통치약 (Cure all)이 될 수 없죠. 저희 지나친 욕심이었을까요?
옥선 어르신이 한 말이 기억납니다. 사진이 뭐 중요하노?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되지!
선생님과 함께 꽃 액자를 만들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화이팅

우리 춘희 어르신과 영택 어르신은 또 어떨까요?
부산 영도에서 정관으로 이사온 지 2년 그래서 아직 친구가 몇 없다는 춘희 어르신은 영도에서 평생을 생선을 파셨다고 합니다.
칼질로 닳아 없어진 지문이 그 오랜 세월을 말해 주는 거 같은데요, 늘 하시는 말씀이 생전에 이런 거 안해 봤다. 처음 해 본다! 라고 하세요. 가벼운 농담과 웃음으로 우리의 분위기 메이커인 춘희 어르신이 빠진 만남은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새로워서 익숙치 않지만 늘 호기심으로 다가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몰랐는데 여기와서 많이 배웠다. 모든 것을 많이 배웠다. 모든것이 재미 있었다!
수줍은 듯한 웃음, 귀여운 소녀 같으세요!
지난 주 영택 어르신은 은쑥 이행시 '은은하게 쑥스럽다'를 발표하고 세간의 이목을 끌었죠.
이전에 텃밭 체험(농업치유) 프로그램에 몇번 참여한 적 있어서 그런지 정원 식물을 모내기 하듯 일렬로 나래비를 세우는 것을 보고 신기해 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화요일 1:1 행복 인터뷰에서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방학 끝나고 만나면 식물을 좀 딱딱 질서있게 심어 봅시다. 그래야 우리들 기억에도 잘 남고..어지러워요!
오늘도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은 포즈를 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늘 뭔가를 빠르게 완성하신 후 다른 어르신들을 도와주시는데요, 오늘은 원순 어르신의 정원 일기장을 도와주시네요! 그리고 자신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방학이라고 하니 아쉽다...
저는 여기(치매안심센터) 안 오면 안되유 라고 사전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죠.
그리고 쫑 파티 때 다들 수고하셨으니 강원도 막국수 먹으러 가자고도 제안하셨습니다. 기대할께요 어르신 :)
방학이라고 하니 아쉽다_영택 어르신
잘 말려진 노란색 회향, 흰색 샤스타 데이지, 보라색 스타티스
선글라스 멋쟁이 목사님 종세 어르신, 식물 배치에 초집중력을 발휘하는 미자 어르신
뭐가 그렇게 즐거우신지 정순 어르신, 나가실 때 가끔 저와 규리 디자이너의 손을 잡아주시거나 꼭 안아 주십니다.
마지막으로
나가 봐봐, 예쁜데가 쌔고 쌨는데 여기 이렇게 만든다고 누가 오겠노, 나는 좀 그러네...
라고 사전 인터뷰에서 저희에게 엄청난 도전의식을 고취시켜 주신 화자 어르신.
늘 머리에 볼륨을 많이 주시고 오시는 데 오늘은 특히나 더 포토제닉 이시죠. 1:1 행복 인터뷰 (이른바 만족도 조사)에서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고 짧지만 임팩트 있게 소감을 전달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을 붙여서 참 아름다운 마음이 기쁘다. 즐겁다. 정말 ?? ??? ~
도대체 화자 어르신 일기장의 마지막 줄은 무슨 말인 지 감이 안오는데요,
음...혹시 감이 오시는 분은 댓글을 남겨주세요 :)

멋진 작품들
오늘은 이런 저런 이유로 실내에서 작품을 만들었지만 실은 제 맘은 정원에 가 있었습니다.
햇살이 들고 바람이 불고 하늘과 구름이 정원의 무한대의 배경이 되어 주는 그 곳에서 우리를 위해 열일을 하고 있을 식물들은 어떤 모습일지요?
긴산 꼬리풀, 보라색 (왼), 알리움 드럼스틱, 은쑥 '은은하게 쑥스럽다' (오)

Do not work for money, make it work for you 라는 문장이 있죠! 이렇게 바꿔서 한번 음미해 볼까요?
Do not work for plants, make it work for you! 식물이 우리를 위해 애쓴 덕분에 정원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습니다.
보라색 긴산꼬리풀과 에키나시아에 살포시 날아든 벌이 그 주인공 인데요, 밀원식물 (Bee friendly plants) 에도 어김없이 끌어당김의 법칙 (Law of attraction)이 적용됩니다. 어느 새 벌과 나비가 날아 들죠.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은 때론 정적인 공간, 정원에 생동감이라는 에너지를 주기도 합니다.
긴산꼬리풀 (오), 에키나시아와 벌의 공생
영택 어르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쉽지만' 이제 상반기 한번의 만남 만을 남겨두고 있죠.
지난 5월 화자 어르신의 코멘트를 다시 끄집어 내 보겠습니다.
나가 봐봐, 예쁜데가 쌔고 쌨는데 여기 이렇게 만든다고 누가 오겠노, 나는 좀 그러네...라는 가설이 거짓임을 그래서 우리의 가설이 참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세요. 누구든 환영입니다. 어서와요 소중한 당신!
우리의 가설: '감각의 정원을 생활권 내에 조성하여 정원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치매인들이 안전하게 웰빙을 즐기며 가족,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치유적 환경이자 돌봄 관계망 구축의 공간적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P.S) 1:1 행복 인터뷰를 실내에서 진행하는 동안, 나머지 어르신들은 1~6회기간 찍은 사진을 감상하고 자유롭게 정원 산책을 하였습니다. 규리 디자이너의 말로는 원순 어르신이 정원에서 춤을 추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사진이 없어 아쉽지만, 정원이라는 공간이 관광버스와도 같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Dance with me :)
[6월 초여름 프로그램 주제] 풍요로움과 생동감
[7회기 테마] 정원 식물로 식물 액자 집중 만들기 (7월 1일 전시)
[오늘의 정원활동]
정원 유희활동: 지난 주 프레스한 정원 식물로 액자 만들기
1~6회기 사진 감상 & 자유로운 정원 산책
[7회기 개요]
일시: 2025년 6월 23일(월) 9:30~11:30 식물 액자 집중 만들기
일시: 2025년 6월 24(화) 9:30~11:30 만족도 인터뷰, 1~6회기 사진 감상 & 자유로운 정원 산책
랩걸: 이혜숙 & 김규리 (이이장), 송진희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코-크리에이터: 초기 인지증 어르신 9명
리빙랩실: 기장군 치매안심센터 치유정원 (3층), 프로그램실 (4층)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우리의 파트너: 부산기장군치매안심센터, 한국에자이, 디멘시아랩(디랩,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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